[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월급 빼고 다 오르네, 비싸져서 그런가? 오늘따라 소주가 유난히 달다~”
바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좋은 사람과 기울이는 소주 한 잔. 일이 고되서, 좋은 일이 있어서, 저마다의 이유로 입에 털어넣는 소주 첫 잔이 유난히 달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주값이 7000원까지 오르면서 소주도 ‘귀한 몸’이 됐다. 그래서일까. 비싸진 가격 만큼 한 잔, 한 잔이 더 귀하고 달게 느껴진다는 ‘애주가’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술이 달게 느껴지는 것은 정말 ‘기분 탓’일까?
최근 소주업체들이 잇따라 출고가를 인상해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4000원에서 5000원, 5000원이었던 곳은 6000원으로 평균 1000원씩 올랐다. 일부 식당에선 소주 한 병이 7000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귀해지니까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만큼, ‘서민술’의 대명사였던 소주의 가격 인상폭이 크다.
하지만 소주가 달게 느껴지는 것은 꼭 ‘기분 탓’만은 아니다. 실제 소주는 증류 방식에 따라 풍미가 깊어지고 목 넘김이 좋아지기도 한다.
소주는 곡물을 누룩으로 당화하고 효모로 알코올 발효한 후 증류해 무색 투명한 술로 만든 것이다. 소주는 증류 방법에 따라 단식증류의 ‘증류식 소주’와 연속식증류의 ‘희석식 소주’로 구분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색의 공용병 소주는 희석식 소주다.
소주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태완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희석식 소주는 말 그대로 알코올함량을 96도까지 증류시켜 증류 원액을 제조한 후, 제품 알코올 도수까지 희석시켜 만든다는 의미”라며 “고알코올로 연속 증류시 알코올 외에 다른 향미를 제공하는 미량성분들은 거의 제거되기 때문에 순수하고 깔끔한 맛이 나오고 목 넘김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알코올 40~50도 증류 원주로 제조된 ‘증류식 소주’는 알코올 이외에 다양한 향미 성분들도 함께 어우러져 코로 향미를 느낄 수 있다.
김 박사는 “알코올 이외에 다른 미량 성분과 첨가물 때문에 코에서 느껴지는 향과, 입에서 느껴지는 향이 맛있다고 인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짝지근하고 깔끔한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소주 트렌드도 ‘저도주’가 대세가 되고 있다. 알콜도수가 25도 내외였던 소주는 20도 벽이 무너졌다. 16도 소주도 등장했다.
김 박사는 “취하기 위한 소주에서 즐기기 위한 소주로의 음용이유가 변했고, 사회초년생, 여성 소비자 등을 고려해 도수가 낮아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도수가 낮아지면 물과 각종 첨가물을 넣게 돼 쓴 맛을 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소주와 맥주를 일정 비율로 섞어 마시는 ‘소맥’의 맛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소맥에 젓가락을 넣고 다른 젓가락으로 세게 치면 거품이 생긴다. 음파에 의해 액체 속에 공간이 만들어져 거품이 생기는 ‘캐비테이션 현상’이다. 세게 칠수록 음파가 강해지기 때문에 그만큼 거품이 미세하게 많이 만들어져 술 맛이 부드러워진다.
김 박사는 “맥주의 곡물향과, 원료로부터 유래된 다양한 맛, 탄산감 등이 소주 쓴 맛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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