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면이 바다이고 동방문화에도 익숙한 스페인, 그 중에서 대서양을 끼고 중남미 문화까지 더한 북서부 갈리시아주의 음식은 한국과 동서 땅끝 대척점에 있음에도 놀랄 정도로 우리 입맛에 맞는다.
핵심 식재료 부터, 문어, 바지락, 꼬막, 농어, 대구, 감자, 우거지, 소고기, 쌀, 고추, 마늘이다. 아시아 유목민들이 동유럽과 스페인에 전한 육회 ‘타르타르’가 갈리시아에선 해산물 소스와 만나 더욱 감칠맛 난다.
갈리시아 대표 주자 ‘풀뽀’(문어)요리의 경우, 산티아고 아바스토스는 매콤한 양념으로 두루치기 한 것, 킨타 호텔에선 감자-치즈와의 조화를 도모한 것, 폰테베드라의 토르도리오호텔은 크림으로 바게트에 붙인 것을 내왔다.
순례길 프랑스 코스 사모스 마을의 베이가식당에선 한국과 똑같은 우거지 감자국 ‘칼도갈레고’가 메인수프였다. 등심구이인 ‘샐로인 로스’도 그냥 한국맛이다.
아바스토스는 농어회를 시큼매콤한 레몬소스에 버무린 ‘루비나’를 준비했다. 또 길다란 맛조개를 레몬올리브 소스로 조리한 ‘라바카스’, 데친 꼬막을 라임소스와 조화시킨 ‘베르베르초스’, 파프리카와 훈제숭어를 해산물소스로 끈적하게 조리한 ‘살모니테’를 올렸는데, 소스만 약간 달랐지 K스타일과 흡사했다.
투이 아레알식당은 새우조개 잡탕밥을 메인디시로 올렸고, 폰테베트라 베이라식당은 해산물 볶음밥을 내왔다. “이거 파에야(해산물과 밥의 조합 통칭) 아니냐”고 물으니 두 식당 모두 “아니다, 갈리시안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당연히 우리 어촌이나 가정집에서 자주 해먹던 밥들이다.
베이라식당의 ‘파니니’는 육해공 식재료를 마치 오징어두루치기처럼 조리한 뒤 얇게 구운 식용 밀페이퍼로 아래 위를 막아서 식탁 위에 올린 것이다. 게찜은 그냥 소래포구, 울진과 같고, 그들도 우리 처럼 게딱지장을 매우 좋아했다.
땅끝마을 피스테라의 티라도코르델식당은 데친 바지락을 해산물 양념-으깬 감자-크림으로 만든 소스에 넣었는데, 이 소스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 탐방객에게 조차 ‘빵도둑’이었다.
순례를 마친 후 산티아고 미슐렝 스타 식당인 카사 마르셀로에 갔더니, 셰프들은 손님들의 취향을 묻고 갈리시안 메뉴 레시피를 리코디네이트했다. 한국인으로선 고추장을 꺼낼 마지막 기회 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이미 세계인의 입맛에 적응된 양파빵 ‘또르띠야’, 걸죽한 콩요리 ‘파바다’, 스페인식 쏘시지 ‘초리소’, 장기숙성 생소고기 슬라이스 ‘하몽’은 조식 때 어디서든 만난다.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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