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대전환 시대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대립으로 촉발된 공급망 교란은 팬데믹, 디지털 전환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격화됐다. 각국은 반도체, 배터리, 통신 등 핵심기술의 유출방지를 위해 외국인 투자규제와 수출통제를 경쟁적·보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전선은 경제활동 전반으로 확대됐다. ‘상호의존의 무기화’가 심화되고,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요소로 부상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통상교섭 기능의 소관부처를 두고 여론몰이가 치열해지면서 일부 근거 없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시기를 놓친 것은 2012년 말 당선된 박근혜 정부로부터 당시 통상교섭 기능을 이관받은 산업부가 적극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은 소관부처가 주도했던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당시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구원투수로 나서 문제수습을 했다.
조직개편 논의는 부처 이기주의에 몰입된 담론을 경계하면서 냉정하게 공과를 평가해야 한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 EU 같은 거대경제권과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고 마무리하면서 새 역사를 썼다. 반면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의 협상 성적표는 보잘것없고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를 되짚어본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정상회의 성과도출을 위해 2014년 11월 한·중 FTA를 졸속 타결, 한국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의 수입관세 철폐기간이 10년, 20년이 넘는 양허표에 합의했다. 상부의 부당한 개입도 문제지만 핵심 이익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협상조직의 무능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이 미국, EU와의 FTA 타결에 이어 중국과 협상을 개시하자 부러워했던 나라들이 수준 낮은 협상결과를 보고 무관심해졌음에도 정부 보도자료는 칭찬 일색이었다.
둘째, 2018년 문재인 정부의 한·미 철강쿼터 합의도 굴욕협상의 전형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TA 폐기를 위협하며 자동차 조항의 개정, 철강 및 환율 합의를 관철시키려 했다. 강대국과 협상은 늘 어렵지만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합의된 쿼터는 극도로 제한적이며, 서명한 합의문서도 존재하지 않고 WTO에서 금지하는 ‘자발적 수출제한(VER)’이었다. 내용과 형식 모두 부당했다. 2021년 미·EU간 철강 합의는 우리보다 훨씬 유리하게 타결되어 다시 좌절을 안겨줬으나 정부의 후속대응은 미온적이다.
통상협상 권한의 소재를 결정하는 데에 정치적 논쟁이나 편협한 이기주의는 근절돼야 한다. 경제안보 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 시행하려면 강한 컨트롤타워하에 소관부처 조직과 업무를 재편해야 한다. 외교부는 국가안보전략에 경제안보를 포함하고 본부의 경제통상 협상조직과 인력은 물론 재외공관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한편 산업부와 기재부는 공급망 복원력 확보와 산업과 무역, 투자 진흥을 위한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동만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고문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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