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을 국정운영 전반에 내세우고 과학적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는데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한 달가량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선임된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구기관 수장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 출연연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정치적인 낙하산 인사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기관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선임된 과학계 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낼 것을 종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초기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등이 사퇴 압박 끝에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과학기술 핵심공약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자율적인 연구환경 조성을 골자로 한 과학기술 강국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또 KAIST 출신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맡은 바 있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31일로 임기가 끝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연임 기준을 충족했지만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개정된 과학기술출연연기관법 시행령에 따라 기관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출연연 기관장은 한 번 더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도 이 제도 덕분에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두 기관장 모두 연임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로 결정을 미룬 상태다. 특히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연구원을 이끌었다는 점을 봤을 때 친원자력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새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나머지 24개 출연연 원장과 다른 과학기술계 기관장들이다. 짧게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임기가 끝나는 곳도 있지만 2년 가까이 임기가 남은 곳도 많다. 실제 일선 연구 현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기관장 물갈이 사태가 재연되지 않겠냐는 흉흉한 소문이 꼬리를 잇고 있다. 어떤 형태라도 전 정권 인사에 대한 본격적인 물갈이가 진행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말처럼 과학기술은 정치와 별개로 구분돼야 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가 필요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차기 정부와 관련된 인사들이 논공행상식으로 과학기술계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는 사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과학기술에 정치적 논리가 끼어든다면 과학기술 패권시대 경쟁력을 1도 기대할 수 없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