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지난 19일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의 관계를 ‘40년지기’라고 표현한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 배현진 대변인이 “두 분은 각자 서울과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또 검사와 의사로 각자의 아주 바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해오신 분들”이라며 “40년지기란 표현은 잘못 알려진 잘못된 사실”이라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가 20일 기자들에게 전한 바에 따르면 정 후보자도 윤 당선인과의 관계에 대해 “안 지 40년이 됐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다”고 직접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을 언제부터 알았고, 어느 정도 친한 사이인지가 쟁점은 아닐 것이다. 장관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아니라 윤 당선인과의 친분이 정 후보자의 발탁에 더 크게 작용했는지가 국민적 검증의 대상일 것이다.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측이 하고 싶었던 말도 “친한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일 테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의 핵심도 ‘아는 사람’이고, 여러 후보자의 각종 의혹의 핵심도 ‘아는 사람’에 있다.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다. 몇 십년 지기이든 정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아는 사람’이다.

한동훈 법무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가장 아끼는 검사 후배’다. 권영세 통일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영세 형’이라고 부르는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다. 또 다른 내각 후보자들은 대부분 윤 당선인의 대선 후보시절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던 이들이다. 여러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에선 유독 남편, 아빠 등 ‘가족 찬스’가 눈에 띈다. 전관예우, 사외이사 등으로 인한 이해충돌 의혹도 있는데 이 역시 ‘지인 찬스’의 일종이다.

윤 당선인은 ‘오로지 민생’이라고 했지만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길 진용일까 의구심이 든다. 18명 후보자의 평균 재산이 38억원이라서도 아니고, 절반 이상이 강남3구에 집을 갖고 있어서도 아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아들·딸 진학이나 취업에 도움이 될 ‘아는 사람’이라곤 도통 없을 보통사람들의 처지를 그들이 이해할까 싶어서다. 더 큰 우려는 혹여라도 공적 권한을 ‘아는 사람’ 챙기기에 이용할까 싶어서다.

‘아는 사람’을 더 신뢰하는 것은 진화의 결과다. 자연 상태에선 적과 아의 판별은 생존의 필수조건이었고, ‘아는 사람이냐, 모르는 사람이냐’가 그 첫 번째 기준이었다. 그래서 후진적인 사회일수록 공적 영역에서조차 ‘아는 사람’, 곧 혈연, 지연, 학연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달리 말하면 선진적인 사회일수록 공적 영역에서의 인재 선발은 공적인 자료와 객관적인 평가가 더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다.

윤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인선이 과연 ‘아는 사람’을 넘어 객관적인 ‘공적 검증’에 의한 것인지, 후보자들이 ‘아는 사람’을 공적 영역에서의 사익 추구에 이용한 것은 아닌지 엄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만으로도 그중 일부에 대해선 윤 당선인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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