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앰비규어스·이날치 등 11개 팀 공연

춤, 연극, 미디어아트, 국악 넘나든 예술

13편 총 51회 공연…6∼9월 세종S씨어터

“장르, 아티스트, 무대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대 위에서 빵을 굽는다. 갓 구워진 빵을 ‘우걱우걱’ 씹으며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이건 실제 상황이다. 수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수많은 코인개미에게 분노와 좌절을 안긴 등골 오싹한 코인기가 연극 무대에 담긴다. 평소 자전적 이야기를 무대로 올리는 ‘다큐 연극’을 선보이고 있는 전윤환 연출가의 연극 ‘자연빵’(8월 4~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이다.

“서울에서 무대를 하다가 귀농한지 4년이 됐어요. 텃밭을 가꾸려면 잡초를 많이 뽑아야 하거든요. 잘 자라는 식물, 먹을 수 있는 식물, 혹은 예쁜 식물만 기르려 잡초를 뽑는데 서울에서 밀려난 내가 잡초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 비트코인 열풍을 듣게 됐고, 왜 한국 청년이 비트코인에 자신의 인생을 걸 수밖에 없을까 의문이 들어 이 연극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난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전윤환 연출가는 ‘자연빵’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이미 비트코인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전 연출가는 “ 그동안 연극으로 번 전 재산을 투자했고, 그 과정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며 “작품 안에선 공연 수익으로 발생한 수익을 투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수개월째 하락세다.

전윤환 연출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전윤환 연출가 [세종문화회관 제공]

“전 재산이 반토막이 났어요. 이 공연으로 그 아이들을 구조해야 하는 막중한 작품입니다. 작품 안에선 빵을 굽는데, 빵 냄새가 극장에 채워질 거예요. 그 빵을 우걱우걱 씹어먹으면서 우리가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청년들이 이러한 세대 불평등 안에서 제대로 된 사다리 없이 허무맹랑한 가상화폐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 22’(Sync Next 22) 중 한 작품이다. ‘싱크 넥스트’는 지난 2월 ‘동시대 공연예술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콘텐츠 제작극장’이라는 기치를 건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처음 시도하는 시즌 프로그램이다. 오는 6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세종S씨어터에서 진행한다.

전윤환 연출가의 연극 ‘자연빵’을 비롯해 장르와 경계를 넘나든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올라간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방탄소년단(BTS)이나 오징어게임은 핫한 관객이 있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다”면서 “이런 핫한 관객에 다가갈 수 있는 아티스트를 한자리에 모으면 충분히 새로운 공연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장르와 장르의 경계는 물론 아티스트의 경계, 관객과 무대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싱크 넥스트’에선 안은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이날치 등 기발한 무대를 선보이며 주목받은 예술가들과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오페라단이 참여해 13편 총 51회 공연을 진행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제공]

현대 무용가 안은미는 자신의 솔로 레퍼토리로 엮은 개막작 ‘은미와 영규와 현진’(6.30∼7.3)과 인도네시아 현대 무용가들의 협업으로 진행하는 폐막작 ‘안은미의 섬섬섬’(9.1∼4)을, 안은미컴퍼니에서 안무가로 활동하는 김혜경은 솔로 무대 ‘자조방방’(自照房房, 7.12)을 선보인다. 안은미는 “이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제가 넥스트(다음)로 갈 수 있을지 실험하는 무대”라고 말했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협업하며 세계적인 스타가 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그들만의 안무법을 관객과 공유하는 무용 워크숍 ‘무교육적 댄스’(7.6∼8)와 출연진과 함께 춤추며 각자의 안무를 탐구하는 스탠딩 공연 ‘사우나 세미나’(7.9)를 무대에 올린다. 김보람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은 “교육에 포커스를 맞춰 프로그램을 구상했다”며 “관객과 출연진이 한데 어우러져 작품의 제작과정을 입체적으로 설명해 감각적으로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와 공연을 접목한 두 편의 작품도 기다리고 있다. 태싯그룹과 김치앤칩스다. 태싯그룹은 디지털 기술에서 발견한 요소를 예술 퍼포먼스와 놀이로 승화시킨 문자 상황극 ‘ㅋㅋ프로젝트’(7.15∼16)를 공연한다. 태싯그룹의 가재발 작가는 “공연 중 실시간으로 관객과 채팅하며 소통한다. 과연 소통이 될지, 그냥 ‘ㅋㅋㅋ’ 웃고 끝날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실험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치앤칩스는 덴마크 안무가 시몬느 뷔로드와 협업한 현대무용 작품 ‘콜렉티브 비해비어’(8.12∼14)를 선보인다.

우리 소리의 재해석도 무대 위에서 시도된다. ‘범 내려온다’의 주역 이날치다. 이날치는 ‘토끼, 자라, 호랑이, 독수리, 용왕’(7.20∼23) 공연으로 그들의 앨범 ‘수궁가’ 활동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날치 권소희는 “술과 음악을 더하고 세종문화회관 최초의 스탠딩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며 “관객과의 경계없는 구성의 공연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내러티브가 가미된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ㄱㅓㅁㅜㄴㄱㅗ’(7.26∼27)를, 창창 프로젝트는 ‘소리의 만찬-창창 프로젝트’(7.29∼31)를 공연한다. 박다울은 “이번 공연은 내게도 어려운 시도렸고, 다음 스텝으로 가려면 어떤 형태의 공연이 만들어져야 하나 고민했다”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려 답을 찾아가는 공연”이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들도 새 작품을 올린다. 서울시뮤지컬단은 베스트셀러 작가 김연수의 동명 원작을 연출가 박준영이 뮤지컬로 풀어낸 ‘원더보이’(8.19∼27)로 관객과 만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세종문화회관의 변화에 발 맞춰 뮤지컬 타이틀을 가진 유일한 국공립단체로서 창작 뮤지컬을 많이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김연수 작가의 ‘원더보이’를 무대로 옮겼고, 영상화 작업을 통해 전 세계로 동시에 송출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괴테의 희곡과 구노의 오페라를 결합한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6.23∼26)’을 무대에 올린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오페라는 4050세대가 즐기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은 MZ세대를 겨냥한 작품으로 중요한 아리아나 이중창을 빼곤 모두 연극으로 전개된다”며 “관객의 옆에서 뒤에서 가수가 나와는 구성이다. 관객은 실제 작품 속에 있고, 내가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싱크넥스트22’를 통해 ‘디스 이즈 더 블랙’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싱크넥스트22’의 공연이 올라가는 S씨어터는 무대와 객석이 고정되지 않은 직사각형의 가변형 극장으로 블랙박스 극장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장르, 작품 형식 등 관습적 구분과 경계를 넘어서 동시대 공연예술계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안호상 사장은 “‘싱크 넥스트’를 통해 동시대 공연예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움직임과 고민을 포착하고, 역량 있는 아티스트와 특색 있는 작품을 발굴해 관객에게 연결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실험적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공연예술의 다양성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