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폄하로 일선 사기 저하” 작심 발언

“韓경찰 세계 최고 인정…잘못된 수사 아냐”

검수완박 시행시 “경찰업무 큰 변화 없어” 평가

“경찰 수사권 남용 위한 통제장치 그대로”

수사인력·예산 확대 필요성 강조 “TF 구성해 협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2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과 관련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처음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수사 역량이나 성과를 폄하하는 사례가 다수 있어, 이로 인해 일선 수사경찰관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자긍심이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찰, 특히 수사 경찰은 많은 국가에서 수사기법 전수를 요청할 정도로 수사 전문성이나 역량 측면에선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이 함께 역할을 분담해서 수사하는 사건에서 경찰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경찰 수사의 잘못, 오류를 부각시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검찰에 송치되면 2차적으로 보완수사를 한다. 경찰 수사는 백지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하나씩 그려나가는 것”이라며 “(경찰이) 실체적 진실의 100%를 완벽하게 정해진 기간 내에 파악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송치받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연 그랬을 때 경찰의 수사가 잘못된 수사냐, 그게 잘못된 수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럴 때 (검·경이) 역할을 분담해서 실체를 완벽히 파악하고 모든 준비를 빈틈 없이 하는 과정이지, ‘경찰 수사는 잘못됐고, 검찰 수사는 완벽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경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왜곡한다는 생각”이라고 항변했다.

이는 최근 검찰이 가평 계곡 살인사건 등을 예시로 들며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될 경우 경찰 수사 미진 등으로 국민 피해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을 염두에 둔 ‘작심 발언’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지난달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지만 공식 발언 기회를 받지 못했었다.

김 청장은 검수완박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은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에서 기관 간 권한 분산을 위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왔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최종 의결을 앞두고 있고, 의결되더라도 공포 등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법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현재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평가는 나중으로 미뤄놨다.

수사·기소 분리를 담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모두 통과한 이후 경찰 업무 변화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를 포함해 전체 범죄의 99% 정도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고,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장치, 보완수사·재수사 요구나 담당 수사관 징계·해임 요구 등 다양한 견제·통제장치가 그대로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검수완박 시행에 반발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수사와 공소 제기·유지를 하는 형사사법절차에서 경찰과 검찰의 협조는 필수불가결하고, 그렇기 때문에 법령에서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검찰도 경찰과 함께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검·경 협의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현행법에 의해 수사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게 돼있는데, 실무협의회는 수차례 개최됐지만 정식 협의회는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날 간담회 내내 경찰 수사 인력·예산 확대에 대해 “가장 긴급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언급하며 “현재도 수사와 관련한 업무부담이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또 수사 업무가 늘어나게 됐다”며 “4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으니 법안 공포 등 절차가 최종 완료되면 관련 TF 등을 구성해서 인력, 예산,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 전반에 대해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부서에 대해 지난해에도 직무분석을 통해 기능 간 인력 재조정을 일부 했고, (직무분석을 통해) 필요한 인력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증원할 것”이라면서도 “인력과 예산은 국가의 한정된 재원이다 보니까 한꺼번에 100% 충원되거나 증액되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