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원조 월드스타'로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배우 강수연이 세상을 떠난 지 이틀째인 8일 동료 배우, 감독, 음악인과 함께 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공식 조문이 시작되자 빈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오전 9시30분께 빈소를 찾았다.
지난 5일 고인이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부터 병원에서 곁을 지킨 김 전 이사장은 최근까지 고인과 연락을 주고 받는 등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그는 전날 빈소가 차려지기 전 배우 문소리, 연상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정이' 제작진 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했다.
고인에 대해선 "영화계 최초의 '월드 스타'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며 "그 뒤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계와 한국 영화산업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께부터는 배우 문소리, 봉준호 감독, 고인과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예지원, 배우 박정자 등 영화계 인사들이 방문했다.
고인과 함께 영화 '웨스턴 애비뉴'(1994)에 출연한 배우 박정자는 3시간여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는 "나 뿐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고 배우 강수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아쉬운 마음일 것"이라며 "영화가 또는 대중들이 우리 배우 강수연을 그만큼 사랑했는가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오전 11시33분께 고인을 스타덤에 올린 영화 '씨받이'(1986)의 임권택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배우자 채령 씨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빈소를 찾은 임 감독은 2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켰다.
임 감독은 "(강수연은)워낙 영리한 사람이라 그 많은 세월을 일했음에도 영화 촬영 과정에 지장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제 입장에선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덕에 내 영화가 더 빛날 수 있었다. 여러모로 감사한 배우였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오후 12시께 빈소를 나오면서 "몇 달 전 (고인을)뵀었다. 너무 실감이 안 난다"며 "영정사진도 보면 영화 소품 같다"고 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오후 12시께 빈소를 찾아 훈장 추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황 장관은 "지금보다 더 크게 대한민국 영화사에 역할을 할 분인데 이렇게 너무 일찍 가신 게 안타깝다"며 "우리 국내 영화계가 또는 후배분들이 배우 강수연을 잘 이어 영화계에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배우 전도연·강동원·마동석 등의 조화도 보였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물결은 이어지고 있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1991)에서 상대 역으로 호흡을 맞춘 문성근은 SNS에 "강수연 배우, 대단한 배우,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 아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썼다.
배우 김규리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인과 만난 순간을 회상하며 "저도 나중에 '저렇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강수연·안성기 주연의 영화 '그대안의 블루'(1992)를 연출한 이현승 감독은 "안녕 나의 친구, 나의 첫 영화를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는 글과 함께 영화 포스터를 올렸다.
작곡가 김형석은 "가슴이 아프네요.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길 빌었는데 배우 강수연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 편히 쉬길"이라고 했고, 가수 윤종신은 "편히 잠드셔요. 오랜 시간 감사했습니다", 배우 봉태규는 "선배님 편히 잠드세요"라는 글을 썼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부산 국제영화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안정시키며 영화 행정가로도 큰 업적을 남겼다"고 추모했다.
류승완 감독의 1000만 영화 '베테랑' 속 명대사로 알려진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은 강수연에게 저작권이 있다. 2017년 별세한 김지석 전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는 생전 이 말이 강수연에게 나왔음을 밝혔었다.
강수연은 후배 영화인들을 물심양면 지원하며 술자리에서는 이 같은 말을 해 남성 중심의 영화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김지석은 2015년 10월 영화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책 '영화의 바다 속으로'에서 강수연을 영화제의 안방마님이자 파수꾼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편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7일 별세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에 차려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문을 받고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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