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되는 선거홍보물에 ‘홍역’, 現선거에 환경은 없다
투표용지·벽보 등 1만2853t…서울식물원 크기의 숲 해당
현수막 재활용 말로만…5일 환경의날 맞아 경각심 키워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2002년 3회 지방선거에 이어 역대 두번째(50.9%)로 낮은 투표율. 그만큼 유권자 관심이 줄어든 선거였다. 그래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게 있다. 선거가 끝나면 등장하는 것들. 바로 선거 폐기물이다.
공보물, 현수막, 투표용지, 벽보…. 시대는 급변하는데 선거 문화는 수십년째 그대로다. 이번 지방선거에 쓰인 종이만 30년산 나무 21만여그루에 달한다. 서울식물원 1.4개 규모다. 이번 선거를 위해 서울식물원 하나 이상을 없앴다고 보면 된다.
지방선거 직후인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올해는 50주년이라 더 의미가 깊다. 50주년 주제는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 지구를 아끼려는 50년 전 각오를 되새기자는 의미다. 지방선거 직후 맞는 세계 환경의 날, 선거 문화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적기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쓰인 현수막은 총 12만8000여장. 10m 길이 현수막을 한 줄로 이어보면 1281km에 이른다. 면적으론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21배. 이는 선거운동용 현수막만 취합한 수치로, 정당선거 사무소 외벽 등에 쓰인 현수막 등은 제외됐다.
현수막은 일부 재활용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국회의원선거,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줄곧 20~30% 수준에 그쳤다. 단순 작업을 거쳐 장바구니나 마대 등으로 쓰이는 식이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하기엔 상품성이 떨어져 대부분 친환경 홍보용 등으로만 쓰인다. 대부분 현수막은 그대로 폐기 처리된다. 사실상 선거운동용 2주짜리 ‘일회용 쓰레기’인 셈이다.
이번 선거에 쓰인 선거 공보물은 총 5억8000만부. 여의도 면적 10배 크기다. 공보물을 한 줄로 이으면 15만6460km로, 공보물을 따라 걸으면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엔 약 3억장의 투표용지가 쓰였다. 이를 전부 쌓으면(100장 기준 1cm) 에베레스트산 3.3배에 달하는 높이가 된다. 선거 벽보는 약 79만부. 잠실야구장 6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선거공보물, 선거벽보, 투표용지 등 이번 지방선거에 쓰인 종이량은 총 1만2853t. 그중 절대다수(92.9%)는 공보물이다. 종이 1t을 생산하기 위해 30년산 나무 17그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30년산 나무 21만여그루가 없어졌다. 서울식물원 1.4배, 독도의 4배 크기다.
모든 쟁점이 그렇듯, 환경 분야 역시 선택의 문제다. 비용이든 불편함이든 희생이 불가피하다.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 선거 폐기물도 여전히 누군가에는 분명 필요하다. 다만, 그 ‘누군가’는 빠르게 줄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선거 정보의 90%를 TV나 인터넷으로 얻는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구 보고서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다. 그냥 우리의 일상 속 체감으로도 충분하다. 시대는 급변했고 정보 획득의 창구도 급변했다.
유엔 인간환경회의는 1972년 국제사회가 환경보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며 매년 6월 5일을 환경의 날로 제정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선거운동에서 현수막 등 비환경적 요소를 줄여가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쉽지 않겠지만 이를 바꾸지 않으면 엄청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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