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격랑 뒤로하고 조지워싱턴대 수학

1년간 한반도 평화·국제정치 등 공부 계획

설훈·윤영찬 등 NY계 현역의원 공항 집결

정치적 휴지기 갖고 차기대선 노릴 가능성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미국 출국길에 올랐다. 당이 대선·지방선거 패배 후 ‘책임론’을 놓고 격랑에 휩싸인 상황에서 애초 계획대로 한국을 떠나 1년 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며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그와 관련된 인사들 만나 교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 출국에 대해 여러 시비가 있다는 걸 안다. 어떤 사람은 국내가 걱정스러운데 어떻게 떠나느냐고 나무란다”며 “그러나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공부하는 것이 더 낫겟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여러 문제들은 책임있는 분들이 잘 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계보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포함한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간 계파 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현실정치의 ‘책임론’ 공방과는 거리를 둔 모습이다.

이날 이 전 대표의 출국길에는 5선 중진 설훈 의원을 비롯해 이개호·김철민·전혜숙·김종민·윤영찬·양기대·홍성국·박영순 의원 등이 참석해 배웅했다. 지지자들 300여명 가량도 이 전 대표를 향해 “사랑합니다”, “잘 다녀오시라” 등을 외치며 환송했다.

그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조기 귀국’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낙연계 좌장 설훈 의원은 이날 지지자들을 향해 “(이 전 대표가) 미국에 가더라도 여러분들이 오라 그러면 오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지금 처해있는 여러 상황이 어렵고 길이 잘 안보이는 분들도 있지만, 결국 잘 헤쳐나갈거고 어느 시점에는 조금 더 명확하게 우리 갈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대선주자급 정치인의 해외 체류는 ‘정치적 휴지기’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방편인 경우가 많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패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고, 정동영 전 의원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패한 뒤 미국으로 떠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독일에 머물다 2020년 복귀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출국 전 페이스북에 어려운 당의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국민의 상식과 정의감, 애국심과 역량이 길을 인도하리라 믿는다”며 “저는 현재를 걱정하지만, 미래를 믿는다. 강물은 휘어지고 굽이쳐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표현이다.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은 전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분명한 건 아직 정계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를 그만두신 건 아니다”라며 “종로지구당에 지역위원장 자리를 아직 갖고 있다. 조금 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고민할 거라고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