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한국인 첫 사제인 성(聖)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도난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천주교 성인(聖人) 유해 관리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대교구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에 매스컴을 통해 성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에 관해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염려하는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3월 인터넷 중고거래 플롯폼에 김대건 신부 유해를 1000만원에 판다는 광고가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글 게시자는 김대건 신부의 유해라고 주장하는 유해함 사진 5장도 공개했다. 유해함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척추뼈'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번 1983년 모 본당에서 김대건 성인의 유해를 전시하던 중에 도난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천주교에서 성인의 유해를 나누어 경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 유해는 성인, 복자의 몸이나 그 일부, 옷이나 순교 때 사용된 도구, 유해에 직접 닿은 다른 대상물 등을 의미한다.
서울대교구는 “가톨릭교회에서는 4세기부터 순교자의 무덤에서 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해 7~8세기에 이르러 성인 유해의 분할 안치를 허용했다”면서 “동방교회에서는 1084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성인 유해 공경이 정식으로 인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해를 매매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교회법 제1190조 1항)하고 있다. 교구장의 허가 없이는 양도나 이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대교구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교구 내 85개 본당에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안치된 상태다. 1969~1996년 기록된 유해 분배 일지에 따르면 유해는 1969년부터 분배되기 시작했다. 1983년에는 이듬해 103위 시성식을 준비하기 위해 유해가 대량 분배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성당 등 교회기관 외에 신부·수녀·신자 개인에게 유해가 분배됐지만, 무분별하게 분배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책임자들이 관례와 전통에 맞게 분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 도난과 관련해 교구 측은 “유해를 수령한 사람의 자세한 신상정보가 없고, 당시 교회의 책임자들 대부분이 선종한 상태라 증언을 수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성인 유해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교구장의 확인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유해 증명서를 분실한 본당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교구는 확인 과정을 거쳐 증명서를 재발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성인의 유해를 받아 소유한 이들에게 올해 9월까지 서울대교구 사무처에 신고하거나 교구에 봉헌해 유해를 필요로 하는 국내외 성당에 모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대교구는“신고 기간이 끝난 후에는 교구장의 증명서가 없는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교회법상 성 김대건 신부님 유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공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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