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北 교역국 1위는 중국…88.2%
코로나 이후 대외무역 95%까지 중국 의존
러시아·베트남·인도順…韓은 10위권 밖
인도적 지원은 北거부…실질적 제재는?
UN안보리 제재 불투명…대내외 압박용
“구체적 복안 내놓지 않으면 무리수” 우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대응책으로 ‘대북 독자 제재’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미 연합 독자 제재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도 했다.
다만 ‘실효성 있는’ 독자 제재 방안에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독자 제재 카드를 언급하는 것은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강한 안보’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3박4일간 미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전날 열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향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강력한 제재 요소를 담은 유엔 안보리 신규 결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가) 독자적인 제재도 여러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는 것으로 얘기됐다”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새 정부 들어 독자적 대북제재에 대해 많이 검토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 공조와 함께 우리 정부 자체적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다. 다만 실효적인 독자 제재 카드가 무엇이냐를 들여다보면 안개속이다.
우선 강력한 카드로 꼽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은 중러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만약 추가적인 도발을 하게 되면, 특히 핵실험을 포함한 도발을 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할 명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신(新)냉전구도가 고착화되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만큼 중러에 마냥 기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꺼내들 수밖에 없는 카드가 독자 제재다.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는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역대 가장 강력한 독자 대북 제재로 꼽히는 2010년 5월24일 조치는 같은 해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발표됐으며 ▷남북한의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우리 측 해역 운항·입항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2016년 2월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취했다. 금강산과 개성 등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우리 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남북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KOTRA(코트라)가 발표한 2020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에 따르면 북한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은 전체 교역에서 88.2%를 기록했다. 전년(95.4%) 대비 크게 하락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교역 1위국이다.
주요 교역국가 10위권 내에는 러시아와 베트남, 인도, 나이지리아 등이 있으나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1% 미만이다. 한국은 북한 무역국의 10위권에도 포함되지 않아 경제적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북한 대외무역의 95%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되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과도한 의존”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적 지원 문제를 건들이기에는 북한이 코로나19 발생에도 백신, 방역물품 등 지원을 거부하고 있어 마땅치 않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남북 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나 독자 제재 모두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자 제재를 언급하는 자체로 중러를 압박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도 추가 핵실험에 정부가 단호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발맞춰 “만약 독자 제재를 하게 된다면 4년 6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독자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다른 나라와 함께 독자 제재를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정치적 메시지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중러를 압박하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요소를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경우에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비하다.
정치적 메시지를 넘은 실효적인 대응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인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강대강’ 전략을 공언한 정부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다. 독자 제재 전성훈 국민대 교수는 1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핵실험 대응 방안에 대해 외교부는 독자 제재, 국방부는 선제 공격을 언급하는 모양새이지만 정치적 메시지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더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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