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매물, 지난달 10일 이후 16%늘어
올 들어 실거래는 월별로 1000건대 안팎 수준
“원리금 상환 부담 늘고 집값 상승 기대 줄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집주인들은 집 보러오는 사람이 없냐고 묻는데 호가를 애매하게 내린 매물은 아예 문의조차 안 들어와요.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사람만 호가를 조정해가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거죠.” (서울 마포구 A 공인중개사)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택 시장 내 ‘거래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풀리고 있지만, 치솟은 집값에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좀처럼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선이 7%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실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작아 거래절벽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450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시행하기 직전인 지난달 9일(5만 5509건) 대비 16.1%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최근 한 달간 매물 증가율을 보면 마포구(9.3%), 용산·동대문·강북구(8.8%), 중랑구(8.7%)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거래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해 9~10월 2000건대로 줄어 11월부터는 1000건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1월 1087건, 2월 814건, 3월 1436건 4월 1750건을 기록했고, 아직 신고기한이 남은 5월과 6월에는 이날 기준 각각 1594건, 308건을 나타냈다.
시중에 집을 팔 사람은 여전한데 살 사람은 계속 줄어드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8로 지난주(89.4)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3월 대선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기준선에 근접했으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꺾이기 시작해 6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서울 아파트값은 부동산원 기준으로 이번 주 0.02% 하락해 3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민간 통계인 부동산R114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2020년 5월 22일 이후 약 2년 만에 하락(-0.01%)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선 이후 정책 변화를 주시하던 수요자들도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에 아파트 매수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완화하고 청년층 대출 취급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미래 소득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금리 인상기에 적용되는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주택 매매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거래절벽 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 고점 인식과 주택가격 정체로 인해 주택구매와 관련된 수요자의 매수 적극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거래 순증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매물 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 가격 약보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급등한 집값이 더 내리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고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은 상황이어서 매수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