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근로자’ 명시…근로자성 인식”
“구체적 업무 지시와 근태 관리도 해”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학원도 실질적 업무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이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학원 원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학원 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강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처벌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강사들과 작성한 계약서에 강사들을 ‘근로자’라고 명시한 점과 근로 시간, 퇴직 및 해고 등에 관한 규정을 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A씨가 강사들에게 학습 진도 등 학원생 관리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한 점, 강사들이 시험 기간 수업을 몰아서 하고 나머지 일수에 출근하지 않자 질책과 수당 공제 등 근태 관리를 한 점 등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A씨가 강사들과 맺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약정은 근로기준법상 위법이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사 등 5명을 채용해 학원을 운영해오던 A씨는 2020년 퇴직 강사 3명에 대한 임금 합계 12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일방적 계약 파기 시 1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낸다’는 계약 조항을 들어, 퇴직 강사들에게 마지막 달 급여를 주지 않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선 강사들의 4대 보험 미가입과 수업의 자율권을 부여한 점 등을 이유로 이들을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강사들을 근로자로 인식하지 못해,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강사들이 고정급이 아닌 비율제 보수를 받았고, 수업 관리에 상당한 자율권을 가진 데다 A씨로부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한 점 등을 감안했다. 또한, 강사들에게 적용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이 없던 점과 계약서상 강사들이 과외 등의 수업을 하며 독립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던 점도 참작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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