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경제적인 성장과 풍요를 맞게 되면서 ‘잘 먹는 것’에 나아가 ‘잘사는 것’에 대한 열망이 삶의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물질적으로 넘쳐나는 삶에서 무언가를 덜어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FREE’ ‘미니멀리즘’ 등 풍요로움과는 반대의 의미에 집착하고, 질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준 산업발전의 산물들이 이제는 덜어내어야만 하는 대상이 되었다.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개발된 다양한 화학물질, 미세플라스틱이나 미세먼지,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들이 인체에 다양한 독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조사 결과를 마주하며 특정 성분이 없는 제품을 찾아 오늘도 초록색 창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산업활동으로 생성, 분비된 화학물질이 생물체에 흡수되어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들을 환경호르몬이라고 칭한다. 고강도 플라스틱 제조 시 사용되는 가소제인 비스페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첨가물인 프탈레이트, 물과 기름에 오염되지 않고 열에 강한 특징이 있는 과불화화합물 등은 모두 이러한 환경호르몬에 속한다.

환경호르몬은 인류의 오랜 숙적인 암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환경호르몬의 또 다른 주요한 폐해는 다양한 뇌질환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임신 중 산모가 비스페놀류나 프탈레이트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태어난 아이가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자폐증과 같은 발달 뇌질환을 유발한다는 역학조사결과가 있다. 이러한 임상 역학조사결과를 뒷받침하는 연구사례로 최근 필자가 임신 중 비스페놀A에 노출된 어미 쥐에서 태어난 자손에게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유발됨을 검증하였다.

신경 독성과 환경오염물질의 상관관계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보자면 우리가 현재 마시는 공기, 그 속에 들어 있는 중금속이나 미세먼지 역시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뇌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흔히 자폐증은 유전적 결함에 의해 발생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환경오염물질에 의해서도 후천적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비단 어린이뿐 아니라 미세먼지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년층도 치매, 인지 기능장애 등 퇴행성 뇌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특히 미세먼지가 일반인보다 퇴행성 뇌질환환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미 우리 삶 속에는 이러한 환경오염물질이 깊숙이 침투되어 있고,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한순간에 화학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물질들의 적절한 사용을 위한 규제 및 정책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더불어 이들 환경오염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뇌질환에 대한 원인 규명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과거보다 뇌질환의 원인이 더욱 다양해진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각 뇌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여 질환의 발병 전 단계에서 초기 뇌의 기능적 장애를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연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 환경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 그래서 덜어내고 비워내는 노력이 다시 필요할 것이다.

가민한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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