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한일 관계가 이번주 중대 분수령을 맞이한다. 민관협의회를 통해 각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해온 정부는 양국 국장급 협의를 시작으로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 대법원의 어떤 결정에도 외교적 파장이 예상되면서 29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법적 절차 속도가 가장 빠른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3부의 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내달 4일 퇴임할 예정이다. 지난 19일까지였던 ‘심리불속행’ 결정 기한을 넘겨 정식 결정하기로 했지만, 오랜 시간 심리한 사건인 만큼 김 대법관 퇴임 이전에 결정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에 계류 중인 사건 역시 쟁점이 같아 비슷한 시기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해 양국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26일 일본 도쿄에서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협의를 개최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협의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기업의 사죄문제 등 민관협의회 논의 사항을 일본측에 상세히 설명했다. 다만 일본측은 ‘경청’하는 수준의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원고 미쓰비시중공업의 재항고를 기각한다면 한국 내 자산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이 경우에도 현금화를 위해서는 자산가치, 감정 평가, 공매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세 차례 민관협의회를 열고 피해자측 관계자와 학계, 법조계 등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에는 일부 피해자측 관계자들이 협의회를 거부하면서 협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의견 수렴·경청과 설득·설명하는 노력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정부는 일본측에 민관협의회 의견 수렴 등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일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서는 일본측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해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정 시점에는 배상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정부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등 내부적인 입장이 확정되면 외교부 장관, 마지막으로는 양국 정상끼리 최종적인 것을 공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과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여전히 가장 큰 숙제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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