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000조원…저성장시대 ‘빚테크’
경기침체 지속땐 부채 상환 우선 빚내서 재테크 했다간 되레 위험 저금리·고정금리 대출 전환 등 이자부담 최소화…저축은 필수 이자·원금 동시상환 지혜 발휘할 때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빚없는 가구는 찾기 힘들다. 부채 상환에 들어가는 돈을 줄일 수 있다면 이 역시 재테크. 더욱이 가계부채는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빚으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내수 부진을 불러오면서, 선진국 문턱을 넘으려는 한국호(號)는 또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과거‘ 빚테크’는 돈이 없더라도 빚을 낸 뒤, 대출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돈을 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선 ‘대박’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라고 빚테크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빚’의 빛과 그림자=한 국가에 중앙은행과 국민 A 씨, B 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또 이 나라 중앙은행에는 100원밖에 없다고 하자. A 씨는 이 돈을 연이자 5%에 빌린 뒤, B 씨에게서 고깃배를 샀다. 열심히 일한 A 씨는 1년 후 105원을 갚을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이다. 왜냐면 이 나라에는 100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A 씨가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면 중앙은행은 5원을 더 발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5원을 누군가 빌려 유통시켜야 한다. A 씨가 B 씨의 100원과 중앙은행이 추가로 찍어낸 5원마저 모은다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5원을 빌린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을까. 중앙은행은 5원의 이자인 0.25원을 더 발행해야 하고, 이 이자를 또 누군가 빌려야 5원을 빌린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
좀 더 크게 보자. 이런 빚은 국가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필요한 곳에 공급되면서 경제를 활성화한다. 호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그림자는 언제나 있기 마련. 미국 금융회사들이 저신용자에게 마구 빌려준 돈은 부동산에 투자됐다. 자산가치는 올라갔다. 달콤했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돈을 무제한 풀었다. 빚으로 빚을 막은 셈이다.
▶빚, 왜 위험한가=호황 뒤 불황은 반드시 찾아온다. 역사가 증명한다. 끊임없이 대출이 일어나야, 쉴 새 없이 통화가 팽창해야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갚을 수 있는 구조에서 경기 수축기가 도래하면 금융회사들은 부채 축소에 나선다.
이때 누군가 빚을 갚으면서 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의 대출금을 가져와야 내가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에서 통화팽창이 멈추면 시중에 돈의 양이 줄어들면 누군가는 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 부도기업과 개인파산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빚을 갚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수입이 적고 경제사정이 어두운 사람은 피해자가 된다. 누군가가 빚을 갚으면 누군가가 파산할 수밖에 없는 금융자본주의에서 빚은 올가미가 된다.
“한 나라를 예속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빚으로 하는 것이다.” 엘렌 호지슨 브라운이 자신의 저서 ‘달러’에서 존 애덤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내용이다.
돌려막기 폭탄이 터지기 전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시작되면 금리상승이 불가피하다. 빚 낸 사람들은 상환 부담이 커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박 No, 내실의 ‘빚테크’=전문가들은 빚갚는 순서를 정하고, 이자만 상환할 게 아니라 원금도 같이 갚아나가고, 부채상환 자금 외 지출 1순위를 저축에 두라고 조언한다.
외환은행 분당중앙지점 고은희 PB팀장은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 금액이 가장 적은 대출, 만기가 가장 빠른 대출 순으로 갚아야 한다”면서 “특히 주택담보대출자는 이자뿐 아니라 반드시 원금도 같이 상환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것은 최근의 핵심 빚테크다. 은행별 금리 비교 사이트를 활용해 자금 사용 기간과 중도상환 여부, 거치기간 여부 등을 따져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거나 변동금리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로 전환은 향후 이자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KB국민은행 이정걸 재테크팀장은 “도저히 줄일 수 없는 지출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지출의 순서를 바꿔 저축을 제1순위에 넣으면 줄일 수 없을 것 같던 생활비와 유지비, 외식비 등이 자동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할부로 구입한 중형 자동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볼 수 있는 화려한 TV의 달콤함은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커지는 자산에 대한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은 영원한 재테크다.
조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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