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노후자금 5000만원 절반 날리기도

일부 맹목적 추종에 손실나도 ‘물타기’ 베팅

킹달러·고금리 직격탄…시총·거래량 반토막

# 고등학생 A군은 지난해 말 부모님에게서 1000만원을 빌려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의 ‘코인 대박’ 사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후 A군은 몇 달간 이어진 가상자산시장 침체에 자산 절반을 잃었다. 하지만 투자를 멈출 계획은 없다. A군은 “애초 목적이 없었던 돈이기도 하니 더 많은 돈을 ‘물타기’해 성공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 취업준비생 B씨의 사정은 더 혹독하다. 그는 지난해 부모님의 노후자금 5000만원을 모두 코인에 투자했다. 그러나 ‘호강시켜 드리겠다’ 다짐했던 B씨의 꿈은 반토막이 났다. 올해 초 B씨는 신용대출 2000만원을 받아 재역전을 노렸지만 결국 7000만원 전부를 잃었다. B씨는 취업 준비는 고사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벼락거지’가 두려워 투자에 뛰어든 이들이 되레 ‘벼락거지’가 된 사례가 늘고 있다. 십대에까지 확산됐던 코인투자의 희망은 사그라든 지 오래다. 실물경제 위기에 루나·테라 사태 등까지 악재가 겹치며 가산자산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탓이다. 그러나 다수의 가상자산 투자자는 부정적 전망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투자 목적 자체가 ‘한탕주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서다.

▶십대도 손댔던 코인, 킹달러·고금리에 속수무책…투자자 보호도 미비=국내 가상자산시장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3조원으로, 지난해 말 55조2000억원 대비 약 58% 하락했다. 상반기 일평균 거래금액은 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53% 급감했다.

문제는 전 세계적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상자산시장에도 악영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확산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의 투자심리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루나·테라 사태와 같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지난 5월 루나·테라 두 코인이 동반 폭락하며 일주일 새 시가총액 58조원이 증발하는 등 손실 피해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소비자보호를 위한 가상자산시장 규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보호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입법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5000만원 빚냈는데 4000만원 손실”…“그래도 코인이 유일한 희망”=잔존하는 위험요소에도 직·간접적 수익 경험을 맛본 투자자들은 ‘코인 대박’의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코인 예찬론자’ 중 하나인 대학생 C씨는 지난해 신용대출과 지인 빚을 통해 총 5000만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C씨는 현재 4000만원가량의 손실을 본 상태지만 추후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뒤처진다는 불안에 투자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코인이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규모 손실과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계속된다. 실제 금융위가 추산한 6월 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 가능 이용자(계정)는 690만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32만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버릴 때라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반대 상관관계를 가진 가상자산은 점차 하락할 것”이라며 “투자의 3대 요소 중 하나가 ‘수익성’인데 과거의 수익 경험만을 토대로 위험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하더라도 여유자금만을 투자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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