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바톤, 로사 로이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두 명의 여자가 손을 잡고 달려가고 있다. 어두운 숲 길, 그 끝엔 밖으로 이어지는 푸른 하늘이 보인다. 달려가는 발 길을 붙잡는 건 수많은 난관들이다. 벗어버린 월계수 관 마저 무겁다 느껴질 때, 같이 가던 이가 손을 잡아 이끈다. 조금만 더 달려가면 된다고.
신(新) 라이프치히 화파 주축 작가인 로사 로이(64)의 개인전 ‘럭키 데이즈’가 서울 용산구 갤러리 바톤에서 열린다. 동 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자, 지난해 스페이스K에서 남편인 네오 라우흐와 함께 선보인 대규모 전시 이후 첫 전시다. 네오 라우흐는 동시대 독일작가 중 가장 중요한 작가중 한 명으로 꼽히며, 현재 데이비드 즈위너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두 작가는 부부이자 예술적 파트너로 35년 넘게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받으며 작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요. 그러나 악몽같은 존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용기를 낼 것인가 고민해봐야죠” 전시장에서 만난 로사 로이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승리한 자에게 수여되는 월계수도 용기의 상징이다. 화면 전체를 점령한 노랑은 사색과 친근함 그리고 긍정적 에너지를 말한다.
로사 로이는 카제인을 함유한 물감을 쓴다. 고대 프레스코화에 주로 쓰였던 매체다. 아크릴이나 유화물감을 더 많이 쓰는 최근엔 사용하는 작가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빠른 건조시간과 매트한 느낌의 컬러는 작가를 매료시켰다. 특유의 은은한 색감과 투명한 느낌은 신비로운 화풍으로 이어진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등장하는 여성은 작가 본인과 그의 페르소나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영혼의 단짝이기도 하다.
이들은 저녁약속 나가기 전, 단장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족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며 고민하기도 한다. 정원을 가꾸고, 소풍을 가며, 곧 다가올 봄을 준비하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원예를 하는 작가 본인의 삶이 반영돼 있다. “나무들이 나를 불러 하다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는 작가는 가을에 거둬들인 튤립, 히아신스, 양파 같은 알뿌리 식물에서 봄을 읽는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영감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타고 낭만적 필체로 화면에 펼쳐진다. “식물을 심는 것은 그림에 요소를 배치하는 것과 같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신작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바쁘게 살던 삶의 태도에 제동을 걸었다. 사회적 교류가 줄고 개인과 가족의 시간이 늘었다. 도시보다 자연에 더 가까운 삶을 지향한다. “자연과 조금 더 가까이,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날 아니었나요?” 전시는 12월 17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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