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이 작정하고 스토리텔링을 했다. ‘아웃라이어’ ‘블링크’ ‘티핑 포인트’ 등을 쓴 그 작가 맞다. 이미 전작에서 필력을 뽐내며 팬덤을 갖고 있는 그다.
‘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소재도 기발하고, 엮어낸 솜씨도 뛰어나고, 던지는 메시지도 가볍지 않다. 정말로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아쉬운 건 한가지. ‘The Bomber Mafia’(폭격기 마피아)라는 흥미로운 원제를 왜 굳이 ‘어떤 선택의 재검토’라는 딱딱한 제목으로 바꿨을까.
▶이론가 핸셀 vs. 실천가 르메이=스토리의 시대적 배경은 2차 대전 전후이고, 대척점에 있는 두 인물 헤이우드 핸셀(Haywood Hansell)과 커티스 에머슨 르메이(Curtis Emerson Lemay)가 스토리 전개의 두 축이다.
두 사람 모두 능력을 인정받은 미 공군 장군이었지만, 스타일은 180도 달랐다.
당시만 해도 미 공군은 별개의 군 조직이 아니라 육군의 전투사단이었는데, 육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을 꿈꾸는 한 무리의 공군 장교들이 있었다. 헤럴드 조지, 도널드 윌슨, 아이라 에이커, 그리고 핸셀 등이다. 항공단전술학교에서 이들은 공중전을 통해 현대전 양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꿨다. 정밀폭격을 통해 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고도, 즉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내지 않고도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신념이었다. 이들이 ‘폭격기 마피아’로 불렸다.
르메이의 생각은 달랐다. 처칠이 이끈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정밀폭격은 시야 확보를 위해 주간에만 해야 했고, 목표를 맞추기 위한 조준기 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지역폭격을 주장했다. 쉽게 말해 군과 민을 가리지 않고 일대를 무차별 폭격해 초토화하자는 거다.
▶전투에서 이긴 르메이 vs. 전쟁에서 이긴 핸셀=한때 폭격기 마피아들이 득세했다. 하지만 핸셀은 독일, 일본 등을 치는 두 차례 폭격에서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밀폭격 성공율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현대전을 바꾸겠다는 꿈과 인도주의를 지향한다는 이상은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 실천적 행동가인 르메이는 달랐다. ‘안되면 되게 하라’가 그의 모토다. 그는 독일 폭격에서 핸셀을 측면지원할 때 제몫을 다했고, 핸셀을 밀어내고 나섰던 일본 폭격에선 네이팜(소이탄)이라는 끔찍한 폭탄으로 일본을 궤멸해 결국 항복에 이르게 하는 단초를 이끌어 냈다. 르메이는 이렇게 해서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더 인도적이지 않냐는 다소 자기합리적 견해를 드러낸다.
저자는 두 사람을 균형 있게 다루면서도 결국 인도주의 이상을 굽히지 않은 핸셀의 손을 들어준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커티스 르메이는 전투에서 이겼다. 헤이우드 핸셀은 전쟁에서 이겼다”
헤럴드경제 논설실장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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