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이 노랠 들으며 마지막 춤을 출 거야. 이 순간을 기억해. 언제까지라도.”
빅뱅의 라스트 댄스(LAST DANCE) 노랫말이다. 2016년에 공개된 노래인데 빅뱅은 인터뷰에서 이 노래를 이렇게 표현했다. “듣는 이마다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라스트 댄스의 ‘라스트’는 마지막이란 의미라기보다는 최고의 순간을 떠올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래 마지막은 최고의 순간일 수 없다. 줄기차게 외웠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만 봐도 그렇다. 절정 뒤의 퇴장. 굳이 문학작품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인생사 대부분이 그렇다. 마지막이 최고의 순간이었던 때가 있었던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 다시 ‘라스트 댄스’가 소환됐다. 월드컵을 관통한 대표 키워드다. 리오넬 메시 덕분이다. 결승전이 끝난 후 메시는 마치 10대 소년인 양 웃었다. 그라운드에 누워 몸을 동그랗게 말아보기도 했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도 췄다. 그냥 계속 웃었다. 작은 체구에 ‘비슈트(BISHT)’란 왕의 옷까지 걸친 모습도 천상 아이 같았다. 수없이 많은 우승컵을 들어봤을 메시인데 전 세계 통용의 ‘발동동’ 우승컵 세리머니까지 생략했을 만큼 정신없이 좋았나 보다. “은퇴하지 않겠다”는 이후 인터뷰를 보니 또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메시를 만날 수 있겠다. 그래도 아마 월드컵은 마지막일 것이다. 전 세계가 기억할 메시의 마지막 춤, 그 무대는 2022년 12월 19일로 기록될 것이다.
라스트 댄스는 최근 들어 널리 쓰이는 말이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이름,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로도 유명세를 탔다. 라스트 댄스는 통상 운동선수에게 널리 쓰인다. 최근 은퇴한 야구선수 이대호의 마지막 경기들도 ‘라스트 댄스’란 명칭이 따라다녔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를 중계하는 전 축구선수 안정환 해설위원은 유난히 목소리가 차분해 보였다. 기분 탓일까. 축구선수로 또 다른 축구선수의 찬란한 마지막 무대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이처럼 웃음을 참지 못하는 메시를 보며 전 세계 많은 이도 비슷한 심정을 느꼈으리라. 라스트 댄스를 출 수 있는 인생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부러움.
우리 대부분은 끝을 ‘선택’하지 못한다. 대체로 우린 끝을 ‘강요’당한다. 그래서 마지막은 초라하기 마련이다. 이제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욕심 때문에, 미련 때문에, 자만 때문에 좀처럼 마지막을 찾지 못한다. 절정에서 그만두기란, 그래서 마지막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을 정하지 못한 우리들은 결국 끝을 강요당한 뒤에야 깨닫곤 한다. 라스트 댄스, 최고의 마지막 무대를 놓쳤음을....
메시가 아니니 내 라스트 댄스를 그 누구가 알아줄까 싶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우린 모두 각자 삶의 궤적이 있으니 내가 메시가 아니듯 메시도 내가 아니다.
다만 메시에게 꼭 배우고 싶은 건 내 인생에서도 언젠가 꼭 그처럼 라스트 댄스를 춰보고 싶다는 거다. 초라한 끝이 아닌 평생 기억하고픈 끝을 만들고 싶은 마음. 이제 그만해야 할 때임을 알고, 그 마지막 순간을 내 평생 최고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 우리 인생의 ‘라스트 댄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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