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입법의견 제출…공은 입법부로
상고심사제 도입 골자, 심리불속행 폐지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내 개정 불투명
실효성 지적도…“사실상 심불과 같을 것”
대법관 4명 증원도 개선 효과 의문 지적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대법원이 심리가 필요한 사건을 선별하는 ‘상고심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입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마지막 해에 대법원 재판 시스템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설득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실제 법이 개정돼도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 제출된 대법원장 입법의견은 ‘헌법기관의 입법의견 처리절차에 관한 규정’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에 송부된다. 법사위에서 입법의견을 직접 검토하거나 소위원회에 회부해 검토하도록 할 수 있는데, 검토가 끝나면 국회의장에게 보고하고 국회의장은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통보한다.
관건은 오는 9월 퇴임하는 김 대법원장 임기 내에 국회가 실제 법률 개정 절차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여부다. 후임 대법원장 인선 절차가 적어도 7월께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김명수 대법원이 입법 촉구 동력을 살릴 수 있는 기간은 반년 정도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국회를 움직이려면 여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면 김 대법원장 임기 초부터 강하게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이 되더라도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많고 심리는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상고심 개선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상고심사제 도입을 전제로, 이유나 기준에 대한 설명 없이 ‘기각한다’는 주문만 판결문에 적혀 있어 부실 심리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고 대법관 수를 4명 늘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입법의견의 핵심 내용인 상고심사제가 실질적으로 심리불속행과 거의 같은 제도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상고할 수 있는 사유를 선별하겠다고 규정해도 결국 상고이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건 법원”이라며 “결국 개별 사건마다 해석론으로 가게 된다는 점에서 현행 심리불속행과 다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대법관을 6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4명 증원하는 안도 대법원의 사건 심리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발간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원합의체 선고 사건에만 참여하는 대법원장과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인의 대법관이 2021년 처리한 1인당 사건 수는 3665건이었다. 이 상황에서 대법관을 4명 늘린다 해도 사건 수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 되레 17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합의만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선의 한 법관은 “이런 식의 해결책이라면 상고사건이 계속 늘어나면 대법관을 다시 증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법관을 증원하면 시민들이 봤을 땐 대법관 수도 늘렸는데 왜 다 심사하지 않냐는 불만이 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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