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이었다. 당시 우리 사회를 뒤흔든 대형 법조 비리가 터졌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라 불린 사건이다. 원정 도박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석방을 위해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50억원을 줬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 친분 있는 재판부를 통해 석방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접근했다. 또한 정 대표는 김모 부장판사에게 자신이 연루된 사건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해 달라며 차량과 현금을 건넸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수사기관 청탁 명목으로 뒷돈을 받았다. 검찰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은 모두 구속돼 실형이 확정됐다. 대한변협은 홍 변호사와 최 변호사를 제명했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2021년 하반기에 터진 대장동 개발 비리의 끝은 어딜까. 처음에는 개발자들의 비리로 시작했지만 ‘50억 클럽’이 등장하면서 곽상도 의원이 구속되고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다수의 유력 법조인이 의혹을 받더니, 최근에는 김만배 등으로부터 한겨레신문 부국장 출신이 9억원을 받는 등 다수 기자가 접대를 받거나 돈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만배 변호인도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고, 심지어 현직 부장판사가 접대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화된 이래 정치·법조·언론 등 우리 사회를 지지(支持)하는 주요 시스템 모두를 뒤흔드는 이 정도의 비리가 있었나. 되돌아보니 정운호 게이트는 애들 소꿉놀이에 불과했다. 검찰은 김만배 자산 중 2300억원의 동결에 나서고 148억원의 수표 실물을 압수했다. 즉 비리와 연루된 돈 액수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당시는 법조개혁이 주된 화두였지만 대장동 비리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 정도로 나라가 썩었나’ 싶다.
검찰수사가 벌써 1년도 훨씬 넘게 진행되고 있다. 김만배 등의 재판도 100회가 넘었고, 관련자들이 추가로 구속됐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과연 검찰은 대장동 비리가 불거진 2021년 하반기에 무슨 수사를 한 것일까. 보도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는 2021년 10월 검찰 조사에서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정영학과 함께 3억원씩 갹출당했다” “(김씨가) 판사와 검사를 대상으로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용돈을 줬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이미 2021년에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제야 세상에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신문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사퇴했다. 그러나 검찰이 사실을 인지한 그때 발본색원(拔本塞源)했다면 이미 2021년에 정리됐을 사건이 아닌가.
‘선택적 수사’는 검찰이 절대로 피해야 할 단어다. 공정한 형벌권 행사라는 검사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그동안 대장동 비리 수사와 관련해 시민의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남욱 변호사 입에서 검사도 골프,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마당이다.
대장동 비리 관련자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은 곽상도 의원뿐일까. 한겨레신문 기자 등 일부 기자뿐일까. 판사도 접대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검사는 100% 깨끗할까. 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은 언제 수사할까. 앞으로 몇 년이 걸려도 대장동 개발 비리는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정치·법조·언론 등 정영학 녹취록이나 남욱, 유동규 등의 진술로 의혹이 제기된 모든 관련자에 대한 수사도 멈춰서는 안 된다. 검찰은 지금 수사하는 모든 기록이 훗날 꺼내어 들춰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수사해야 한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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