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난방비 대란’ 현실화
중앙난방 줄이는 노후주택 늘어나
“강제로 추우니 더 억울해”
일부 주민은 “난방비 아껴라”
민원 빗발쳐 관리사무소도 골머리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중앙난방 방식의 노후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올해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아파트 차원에서 이번 동절기 일일 난방시간을 2시간 줄인 것이다. 아파트 관리실은 엘레베이터 공지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렸다. A씨는 “아파트 차원에서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난방 시간을 줄였다”며 “하루종일 니트를 껴입고, 같이 사는 어머니도 털모자를 쓰고 지낸다”고 했다.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한 가운데, 중앙난방을 사용하는 몇몇 노후 주택들에선 난방시간을 줄이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노후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서 주로 사용되는 중앙난방은 지하실 등 건물 공용공간에 설치된 대형 보일러를 통해 개별세대에 열과 온수를 공급한다. 열 손실률이 높고 개별 세대가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신축 주택에선 보기 드문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주택 16.1%, 약 160만호가 중앙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 지어진 중앙난방 방식의 관악구 소재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스스로 난방을 줄인 거라면 억울하지 않겠는데, 원하지도 않았는데 추운 집에서 살아야 하니 더 서럽다”고 털어놨다.
B씨의 아파트에도 최근 24시간 동안 계속 틀던 난방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었다. B씨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난방비가 왜이렇게 많이 올랐냐는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도시가스 요금이 워낙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중앙난방을 줄이더라도 뚜렷한 난방비 절감효과를 보기도 어렵다고 성토하고 있다. 실제 A씨가 사는 아파트 난방비는 지난해 11월 평당 1129원에서 12월 2189원으로 2배(193%)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4차례에 걸쳐 MJ(메가줄)당 총 5.47원(38.5%) 올랐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충돌하는 민원을 조율하느라 고충을 겪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중앙난방은 열 효율이 적어서 난방을 더 틀 수밖에 없는데 한쪽에선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오니 줄여달라, 한쪽에선 추우니 늘려달라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오니 난감하다”고 했다.
전국적인 난방비 대란에 정부에선 에너지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나온 대책은 취약계층 위주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가스요금 할인 폭은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 2배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지원 대상과 규모가 적다는 비판이 잇따른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 경감방안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후 주택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지원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달 10일까지 20년 이상 된 난방취약 공동주택 113개 단지를 현장방문해 에너지 효율 개선 및 난방비 절약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전국적인 문제라 아직 주택형태별 면밀한 대책은 세우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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