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윤(June Yun) 아티스트 초대전 가보니
‘A Message in a Bottle’ 봄 노래의 전시
유경서원서 만난 작가 “소망·회복의 얘기”
“우리 각자 또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았다”
병속의 메시지를 통한 낯선 이와의 소통
기후변화·코로나·전쟁…후세도 기억하길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성찰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영화처럼~. 여러분이 한적한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고 가정하자. 주변은 절경이다. 신선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곳, 노래 ‘로렐라이’를 흥얼거릴만큼 상쾌하다. 나만의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충만감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어!. 병(Bottle) 하나가 떠밀려온다. 코르크마개로 굳게 닫힌 병속에는 종이 쪽지가 있다. 수많은 상상이 해변가를 맴돈다. 혹시? 무인도에 표류한 이의 긴급구조신호(SOS)? 생사가 엇갈린 절박한 상황에서의 너무도 사랑하는 이에 대한 연가((戀歌)? 타이타닉 탑승자의 가장 소중한 이를 향한 마지막 레터(Letter)? 아니면 가족의 장수무병을 기원하는 기도문?
그 병을 집어들고 뚜껑을 여는 순간까지 수만가지 사연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내용이 무엇인들 어떠랴. 심장을 덜컹 거리게 만드는 스토리와 굴곡의 사연, 한빛 소망이 병속에 담겨 있는한 그 병은 누군가에겐 지상 최고의 보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병을 주목해온 이가 있다. 재미작가 아티스트 준 윤(June Yun)이다. 병과 병속에 들어있는 메시지에 천착해 작품활동을 하는 이다. 그는 팬데믹 이후 병(Bottle)에 푹 빠져 살았다. 충격과 황당, 고통과 절망 속에서 뭔가 봄과 같은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 답을 병에서 찾았단다. 지난 3~4년간의 팬데믹과 지구환경, 전쟁과 평화라는 글로벌이슈는 그래서 그의 작품에 주요 이슈가 됐다.
준 윤 작가가 병(Bottle)을 작품 모티브로 삼아온 이유는 명료하다. “병속의 메시지는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서사를 끌어주기를 원합니다.”
28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유경서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준 윤 작가 초대전 ‘A Message in a Bottle’에서 작가를 만났다. 이번 전시된 것은 나무판에 아크릴화나 유화, 금, 은, 동박 혹은 잡지 콜라주, 블락프린팅, 그래피티의 혼합된 작품들이다. 모두 병을 주제로 삼았다.
작품을 주제로 잠시 얘기를 나눴더니 작가는 희망과 회복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낸다. 그 바탕엔 ‘봄’이 깔려 있다. 작가는 “설국열차처럼 쉼없이 달리던 막막했던 추운 겨울엔 그래도 그곳엔 희망의 끝이 있고 우린 오늘, 분명 승리한 자들의 모습은 아닐지언정 더듬더듬 방황하며 출구를 향해 함께 나아감을 증명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삭막한 겨울을 딛고 언젠가는 봄이 올것임을 믿기에 서투른 자세로나마 그 확신으로 봄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을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작가의 작품세계, 그걸 따라가보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한 작품을 설명해본다. 미국에 있을때, 그는 매주 나오는 ‘더 뉴요커’라는 잡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잡지의 글로벌한 이슈나 미국 내의 뉴스를 콜라쥬하거나 판박이를 한 후 그 위에 다양한 병모양의 블록프린팅으로 스탬프해 종이 누르개(paper weight·문지) 효과를냈다. 팬데믹과 주사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탱크, 바이러스, 멸종 공룡의 기사와 이미지는 그래서 차용됐다. 병과 결합된 글로벌 이슈, 즉 인류가 직면한 위기 이슈는 때론 경고의 메시지로, 때론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됐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촉발된 바이러스와 지구환경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과 공포, 그리고 이상기후에 따른 작가의 동네 워싱턴 DC 인근의 17년만의 매미떼의 습격, 이커머스 주문 생활방식의 변화, 그리고 한때 생태계의 최상위였던 공룡의 멸종 등 우리 인류에 예전부터 닥쳤거나, 미래에 닥칠 여러가지 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그런 역사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미래 메시지나 함축 메시지를 담은 병과 오버랩시킨 것이지요.” 준 윤 작가의 작품 ‘A Message in a Bottle - Citrus Spring is in the Air’의 요지다. 절망과 폐허 속에서도 상큼한 봄을 기다리는 인내와 절제 그리고 기다림이 작품에 녹아있다.
작가는 그의 작품은 작가로선 완결이지만, 관객에겐 미완성으로 다가가길 원한다. “제 작품의 뒤로 놓이는 것이 아닌, 보는 이가 주체가 돼 그 위에 투명하게 채우고 아니 어쩌면 하얗게 지워내고, 다시 얹어내주어도 무척 근사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작품 공간미학에 관객이 얼마든지 자신의 철학을 색칠하고, 아예 지운 다음에 다시 그려가도 좋으니 봄과 희망, 회복의 가치를 찾았으면 한다는 뜻이다.
독자들은 벌써 눈치챘겠지만, 이렇듯 ‘병’은 작가와 관객을 연결하는 귀한 매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병은 작가의 것이면서도 관람객의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우리 각자의, 또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병에)담아 미래에 띄우며, 누군가에게 우리의 아문 상처로 얻어낸 사랑과 더 나은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소개했다.
준 윤 작가의 근작 시리즈 중 ‘LOVE-A Message in a Bottle’의 또다른 특징은 설렘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현재의 메시지를 담아 과거와 미래의 사랑하는, 또 어쩌면 미지의 낯선 이들과의 소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작품의 주인공은 나일수도 있고, 또다른 이 일수 있고, 10년뒤 100년뒤 우리 후손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병 속에 담긴 편지가 어느날 미지의 누군가에게 혹은 사랑했던 사람과 그의 후손들에게 전해져 들려줄 이야기면 좋겠다”며 “이 시대의 글로벌한 시사적 의미를 부여한다고는 했지만, 모든 건 작품을 마주하는 개개인이 오롯이 펼쳐낼 장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설명과 강요가 아닌, 관람객이 느끼는 그대로의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준 윤 작가 초대전 ‘A Message in a Bottle’은 지난달 18일부터 유경서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으며, 3월17일까지 진행된다.
서진영 박사가 22년전 설립한 유경서원(儒經書院)은 1999년 한국미술대전을 대한민국 최초로 사이버 전시회로 연 곳으로 유명하다. 서원은 판문점에서의 남북공동전시 기획을 한 곳이기도 하다. 한때 디지털 저작권 트렌드에 맞춘 디지털 전시회도 개최했다.
임근희 유경서원 갤러리 원장은 “모던하고 유니크한 이들 작품은 준 윤 작가만이 할 수 있고 그래서 그만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며 “전쟁, 환경, 멸종 공룡 등 작가가 발굴한 스토리를 후세에 남겨주고 싶고, 그걸 계속 기억하며 궁극적으론 봄을 가져오고 싶다는 테마가 너무 좋아 초대전을 연 것”이라고 했다.
■준 윤(June Yun) 작가는=세계 주요 도시인 워싱턴 DC, 뉴욕, 싱가포르, 서울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30차례 가졌다. 서울 이화여대 여성암병원 및 문화미디어랩, 일동제약 그리고 미국 뉴욕의 덤마랩코스메틱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미국 ‘아시안 아메리칸 해리티지 달’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명품백화점 니만마커스와 협업해 2022년 5월 기획전시했고, 올해 전시도 기획 중이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 올드타운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토피도 팩토리 아트센터의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ysk@heraldcorp.com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