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지원 민간임대’ 시공비 인상 폭탄

행정예고안에 일부 조합·시공사 반발

배곧서울대병원 공사입찰도 결국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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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서영상 기자]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임대주택 사업과 병원 등 주거복지의 전반에까지 후폭풍이 일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아파트 공급은 물론 임대주택과 병원 등 주거복지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의 공급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급격하게 오른 공사비로 지은 주택을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으로 매도하도록한 규정 탓에 정비사업 조합들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압박하면서다.

현행 규정은 사업시행인가 시점 시세로 협의된 금액대로 조합과 임대사업자 간 매매계약을 맺도록 돼 있다. 조합과 시공사 측은 5년여 뒤 착공 단계의 시세로는 그간의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주장해왔다. 이에 정부도 행정규칙 개정에 나섰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정비사업 연계 임대사업자 선정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물가 변동으로 공사비가 당초 대비 3% 이상 증액 등 요건을 충족하면 최초 관리처분계획인가 시점의 인근 공동주택 등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시세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매입가는 최초 공사 계약금액에 지수조정률이나 양측 협의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 일반 분양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분만큼 올릴 수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우선 개정안에 따라 지수조정률·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한 공사 증액계약 금액도 실질 공사비와 차이가 커,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세 재조사와 매매가격 조정 시, 폭등한 조합 사업비도 반영하지 않으면 과도한 추가 분담금으로 현금청산자가 급증해 사업이 멈출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만약 사업이 물거품되면 2만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 공급에 비상이 걸려 주거복지가 흔들릴 수 있다. 이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지은 주택을 임대사업자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옛 뉴스테이)으로 매수해, 신혼부부·무주택자 등에게 시세보다 싸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전국 13곳 사업지의 규모는 총 2만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국토부는 일부 요구대로 임대리츠가 조합 사업비 상승분까지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직 개정안 시행 일자, 원안 확정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주택사업뿐 아니라 병원 공사도 공사비 급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달청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배곧서울대학교병원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서류 제출 마감일인 지난 20일까지 참가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공사입찰이 유찰됐다.

배곧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시 배곧동 일원에 지하 2층~지상 12층, 연면적 11만7338㎡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음압격리병상을 포함한 800병상의 규모로 계획돼 있다. 총 공사비 3781억원 규모의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인 입찰을 놓고,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최근의 급등한 원자재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책정된 공사비를 바탕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현 시점에 입찰에 나선 탓에 공사비 물가 등이 전혀 반영이 안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시공비 급등은 이미 전국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의 갈등을 키우는 원흉이 되고 있다. 서울 핵심부는 물론, 수도권의 정비사업지들 사이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속출하며 정비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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