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옥션 2월 경매지표 살펴보니
서울 건당 응찰자수 7.95명 급증세
경기 아파트엔 13.71명 등 크게 늘어
평균 낙찰가율은 80% 밑돌아
경기 71.9%는 2012년2월 이후 최저
“집값 떨어질라…보수적 입찰 경향 뚜렷”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 지난 22일 서울남부지법 경매5계. 구로구 개봉동 D아파트 전용면적 116㎡가 경매에 나와 5억2388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가 8억47000만원인 이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62%였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아파트 응찰자가 10명이나 됐다는 사실이다. 보통 경매 응찰자수가 많으면 낙찰가율이 올라가지만 이 아파트는 달랐다. 매매시장의 급매물 흐름을 알고 있다는 듯 경매 참여자들은 무리하게 입찰가를 쓰지 않아 60%대의 낮은 수준으로 낙찰됐다.
법원 아파트 경매시장에 보수적인 입찰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3회 이상, 기타 수도권 아파트는 2회 이상 낙찰된 물건을 중심으로 응찰자가 몰리고, 아무리 사람들이 몰려도 무리하게 입찰가를 쓰지 않는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대부분 80%를 넘지 않는다.
28일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법원경매에서 서울 아파트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7.95명으로 전월(5.64명) 보다 2.31명 늘었다. 이는 지난 2021년 6월(8.86명) 이후 1년 4개월 내 가장 많은 수다.
다른 수도권 지역 아파트의 응찰자가 특히 많이 증가했다. 2월 경기도 아파트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13.71명으로 2020년 3월(14.17명) 이후 2년11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천 아파트에도 건당 평균 10.4명이 몰려 2020년 6월(10.75명) 이후 2년8개월 내 가장 많았다.
눈길을 끄는 건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 이처럼 사람이 몰리는데, 낙찰가율은 역대급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달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서울은 79.8%, 경기와 인천은 71.9%, 66.4%를 각각 기록했다. 서울은 지난달(78.7%)과 비슷한 수준인데,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이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경기도는 2012년 2월(63.4%) 이후 11년 만에, 인천은 2014년 6월(53.7%)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낙찰가율을 보였다.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싸게 집을 사려는 응찰자들은 경매시장에 몰리고 있지만, 평균 낙찰가율은 과거 집값 침체기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뜻이다. 응찰자들이 몰리긴 하지만 무리한 입찰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에 응찰자가 몰리면 경매 낙찰가율은 오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직전 서울 아파트 경매에서 응찰자수가 가장 많았던(8.86명) 2021년 6월 평균 낙찰가율은 119%나 됐다. 당시엔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서울 아파트는 경매에 나왔다 하면 무조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매매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어 경매시장을 기웃거린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주택매매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면 경매시장에 주택 매물이 증가하고, 응찰자수는 계속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더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매시장이 불확실하면 경매시장에 사람이 많아져도 낙찰가율은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요즘 경매시장 트렌드는 서울 아파트는 최소 3회 이상, 경기권은 2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응찰자가 몰린다는 것”이라면서 “경매 최저가가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물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입찰가도 보수적으로 써 낙찰가율이 떨어지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법원 경매에서 서울 아파트는 유찰될 때마다 직전 최저가의 20%씩, 경기와 인천은 30%씩 저감된 가격으로 입찰을 시작한다. 예를들어 서울 아파트의 경우 신건은 감정가를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하지만, 1회 유찰물건은 감정가의 80%, 2회는 64%, 3회는 51%부터 경매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