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9만1600명…전년보다 증가
초등 피해응답률 5.7%로 가장 높은 수치
가해응답률 0.8%…“장난과 학폭 인식 차”
‘야차룰’ 신종폭력 경보…촬영·유포 대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힘이 센 학생이 약한 학생들을 모아 싸움을 붙이고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거나 영상을 판매하는 이른바 ‘야차룰’ 형태의 학교폭력이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경찰청과 신종폭력 경보를 발령하고 싸움을 주선하거나 촬영·유포하는 행위까지 엄정하게 조사·심의하도록 시도교육청과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9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9%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약 9만1600명이다. 학교급별 피해응답률은 초등학생이 5.7%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2.3%, 고등학생 0.8% 순이었다.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14일부터 5월13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390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319만명이 참여해 참여율은 81.9%였다. 조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다.
싸움 붙이고 찍어 판다…‘야차룰’ 신종폭력 확산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7.8%로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언어폭력은 1.2%포인트, 사이버폭력은 0.8%포인트 줄었지만 신체폭력은 1.1%포인트, 집단따돌림은 0.7%포인트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신체폭력 비중은 17.5%로 중학생 13.7%, 고등학생 10.8%보다 높았다.
최근 학생들이 일정한 규칙을 정해 싸움을 벌이는 ‘야차룰’이나 ‘스파링’ 형태의 신종폭력도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신종폭력 경보를 발령한 것처럼 (신종폭력이) 학교 현장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힘이 센 학생이 약한 학생들을 모아 싸움을 붙이거나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고 영상을 판매하는 심각한 현상도 보고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경찰청은 지난 8월 야차룰에 대해 ‘신종 유형 발생경보 제11호’를 발령했다. 교육부는 심각한 가해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심의·조치하도록 시도교육청과 협력을 강화하고 경찰청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통한 예방교육을 집중 실시할 계획이다. 싸움 영상이 사이버공간에 유포되는 문제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야차룰 과정에서 직접 싸우지 않고 이를 주선하거나 방조·촬영한 학생에 대한 대응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조치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심의위원들에게 어떻게 전파할지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상 유포·판매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상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피해학생을 도구화하는 질이 좋지 않은 행위라고 보고 있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심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는 늘었는데 가해는 줄었다…엇갈린 학폭 인식
이번 조사에서는 피해·목격응답률이 높아진 것과 달리 가해응답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2만6100명으로 가해응답률은 0.8%였다. 지난해 1.1%보다 0.3%포인트 낮다. 초등학생은 2.4%에서 1.6%, 중학생은 0.9%에서 0.7%로 떨어졌고 고등학생은 0.1%로 같았다. 반면 목격응답률은 6.1%에서 6.7%로 높아졌고, 목격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21만4500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피해와 가해 응답이 엇갈리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같은 행위에 대한 학생 간 인식 차이를 꼽았다. 현장 간담회에서는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과격해져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행동을 피해학생은 학교폭력으로, 가해학생은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 가해 이유에서도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30.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조사를 분석한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로 청소년들의 직접적인 대면관계 경험과 공감 역량이 부족해지면서 교우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민감도가 높아진 점도 피해응답률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서도 갈등이 공식 절차로 넘어가는 양상도 커졌다. 지난해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5만6880건으로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 심의까지 진행된 비중은 51.7%로 높아졌다.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된 비중도 22.1%로 증가했다.
교육부는 경미한 갈등이 곧바로 심의·사법 절차로 이어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교육적 해결과 관계회복도 강화한다. 올해 3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도입한 ‘관계회복 숙려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심민철 교육부 학생건강안전정책국장은 “실제 갈등 대처 역량을 키우는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과 관계회복 중심의 교육적 해결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장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신종 학교폭력 양상에 대해서도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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