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기업 中공장 투자·생산 규모 커

적층 기술 핵심인 낸드 등 생산 차질 우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고 있으며(위쪽) SK하이닉스 우시 생산라인 직원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고 있으며(위쪽) SK하이닉스 우시 생산라인 직원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미국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기술 제한이 강화되면서, 해당 지역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제조가 난항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의 생산거점 다변화 압박을 한층 심하게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삼성과 SK에 제공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 기업들과 협의하고 있다.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 지금 기업들이 어떤 ‘단’의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면 그 범위의 어느 수준에서 멈추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 제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생산하는 첨단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내 생산이 향후 막힐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적층을 통한 낸드 제품 최신화 경쟁에 한창이다. SK하이닉스가 238단, 마이크론이 232단을 개발한 가운데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역시 232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8세대 V낸드(236단) 양산을 시작한 가운데 2024년 양산 계획 중인 9세대 V낸드가 280단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는 반도체 셀을 얼마나 높게 쌓느냐는 ‘적층’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고성능의 200단 이상 낸드 경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첨단 낸드 제조 물량 상당 부분이 중국 공장에서 막힐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D램 역시 최신 미세 공정에 대한 제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중국 내 공장 투자와 생산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 플래시 공장 2개를 가지고 있다. 시안 1공장은 2012년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해 2014년 5월에 완공된 후, 약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테스트·패키징) 라인을 완성했다. 삼성전자 시안2공장은 2017년 70억달러를 투자 및 건설에 착수해 2020년 3월에 양산을 시작했고, 2019년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를 추가 투입해 규모를 확장했다.

삼성전자 시안1·2공장은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물량의 40%를 생산한다. 2022년 3분기 삼성이 낸드 플래시 세계 시장점유율(스태티스타 기준)이 31.3%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약 12%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2개의 D램 메모리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1라인(C2)은 2004년 착공해 2006년부터 D램 양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 우시 2라인(C2F)은 2017년 6월 차입 35억달러(약 4조원)와 SK하이닉스 투자 8억4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입해 2019년 4월 완성했다. SK하이닉스 우시 1·2라인에서 생산한 제품은 SK하이닉스 D램 물량의 48%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말 중국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인수하고, 지난해 5월부터 보완투자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에 인수되기 이전인 2021년 4분기 솔리다임 낸드 플래시 세계 시장점유율은 5.4%였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을 벗어난 공장 다변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두 회사가 모두 공언했던 생산 거점 다변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에 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으며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내외를 망라한 신규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조건과 가능성을 열어 놓고 여러 사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굉장히 좀 불확실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며 “생산의 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은 중장기 텀으로 보면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시장을 국내 기업이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첨단 제품을 중국이 아닌 한국 등 다른 지역에서 만드는 것으로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생산거점 다변화 검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