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뚱뚱해서 맛있는 마카롱 ‘뚱카롱(뚱뚱한 마카롱)’과 바삭·쫄깃해진 와플 ‘크로플(크로아상+크로플)’까지…. 한국식 디저트가 일본에서 유행을 이끌고 있다. ‘디저트 강국’인 일본에서 ‘K-디저트’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주의 ‘10원 빵’까지 일본 열도로 건너가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日, 뚱카롱·크로플 이어 ‘ 빵’ 매장 줄서…경주 ‘10원 빵’ 카피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뚱카롱은 일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코트라(KOTRA) 나고야 무역관에 따르면 2020년 일본에서는 각종 미디어와 매체에서 뚱카롱을 다루고, 많은 카페에서는 뚱카롱을 이용한 메뉴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식 뚱카롱 전문점인 ‘나는 뚱카롱과 사랑을 했다’의 경우 도쿄, 후쿠오카, 니가타 등으로 점포를 늘려나갔다.
뚱카롱이 한바탕 휩쓴 일본 열도에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K-디저트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크로플이다. 일반 와플 반죽 대신, 크로와상 생지를 와플팬에 구운 크로플은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뚱카롱과 크로플 모두, 일본 젊은층의 패션·문화 중심지인 도쿄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도쿄와 오사카 코리안 타운을 중심으로 관련 점포들이 들어서면서 현재는 다른 도시로 확대되는 중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한국의 히트 디저트를 복사하면 대박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에는 도쿄·오사카·오키나와 지역에서 10엔 빵이 일본 소비자의 줄을 세우고 있다. 일본식 이름을 갖고 있으나 원조는 한국이다. 우리나라 경주에서 판매한 ‘10원 빵’을 그대로 ‘복사’한 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오사카지사 관계자는 “10엔 빵의 가격은 500엔(약 5000원)이며, 치즈, 커스터드, 단팥, 말차, 초콜릿 등 다양한 맛이 출시되면서 판매 점포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10원 빵’은 10원짜리 동전과 모양이 같아 한 면에는 경주 불국사 다보탑이 그려져 있다. 독특한 모양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 제품은 발빠른 일본 업체의 눈에 띄어 현지에서 유사한 형태로 판매가 시작됐다. 일본의 10엔 빵에서는 길쭉한 다보탑 대신 다른 모양의 그림이 담겨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에서는 10엔 빵을 양손으로 잡고 치즈를 길게 늘려서 먹는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서 지금 유행하는 디저트 주목”
K-디저트는 일본의 고급 호텔에서도 주목하는 콘텐츠다. 오사카에 위치한 콘래드호텔에서는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한국 디저트를 주제로 한 ‘올 어바웃 코리아(All About Korea)’ 행사를 개최했다. 뚱카롱, 한국식 레터링 케이크, 강정, 설기 등 다양한 한국 디저트를 뷔페로 선보였다. 레터링 케이크는 케이크 위에 초콜릿이나 크림 등으로 메시지가 작성된 것을 말한다. 한국식 케이크는 섬세한 기술로 만든 아기자기한 장식과 화려한 색감이 특징이다. 몇 해 전부터 일본 여대생들에게 생일 케이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본으로 유입되는 K-디저트 트렌드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한국에서 유행을 한 후 일본에서 관심을 보여왔다면, 현재는 한국의 유행 디저트들이 일본에 곧바로 전파되면서 한국과 동시에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aT 오사카지사 관계자는 “현재 일본에서는 독특한 모양과 맛을 가진 한국 디저트가 빠르게 알려지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은 한국적 요소를 강조한 상품보다 ‘현재 한국에서 유행 중인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