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사건, 내사 단계 생략하고 즉각 수사

100건, 30건 등 소규모 사건까지 전부 수사 전환

생계·주거 막막한 피해자들 피해 회복 위해

범죄수익추적 전담팀 투입, 몰수·보전도 적극 추진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 전세사기 피해를 겪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20,30대 청년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 전세사기 피해를 겪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20,30대 청년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경찰이 전국의 전세사기 의심사례 전 건에 대해 내사 단계를 생략하고 즉각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규모가 큰 악성임대인 사건뿐 아니라 연일 터지고 있는 소규모 사건들까지 신속하게 입건해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위해 전국 시·도청의 범죄수익추적 전담팀을 투입해 범죄수익 몰수·보전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0일 오전 전국 수사부장·광역수사단장이 참석한 전국 수사지휘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단속강화 특별지시를 전국 수사관서에 하달했다.

그동안 경찰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수사의뢰 받는 사건은 피해 규모 등에 대한 일정 기준이 있었으나, 이를 없애 소액·소규모 전세사기 사건까지 전부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빌라의 신’ 권모 씨 사건처럼 수천 채 이런 피해 단위에 수사가 집중돼 왔는데 이제는 200건, 100건, 30건 등 모든 전세사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국 시·도청 범죄수익추적 전담팀과 일선 경찰서의 전담 경찰관을 투입해 조직적 전세사기 일당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생계·주거가 막막해진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범죄수익을 추적해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금액은 몰수·보전 대상이 되지 않아 사인 간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국가의 몰수·보전 조치가 가능하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우 본부장은 아울러 세입자의 신뢰를 악용한 공인중개사 등의 불법 중개·감정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단속을 지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전세사기로 입건된 공인중개사만 200명이 넘는 상황”이라며 “각 수사관서에서 불법 중개행위가 끼여 있는지 수사 범위와 깊이를 강화하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전세 사기 피해는 전국 각지에서 마치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인천에선 이른바 ‘건축왕’ 일당의 전세 사기로 피해를 입은 20~30대 청년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줬고, 경기 동탄 신도시에서는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임대인으로부터 임차인 수십 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몰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에서는 전세금 80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전세 사기범이 구속됐고, 오피스텔 세입자 수십 명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전세 사기범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는 세입자 15명으로부터 보증금 5억여 원을 가로챈 오피스텔 건물주가 기소된 상태다.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