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査) 총병은 마산으로 가는 길에 어린아이가 죽은 어머니에게로 기어가서 가슴을 헤치고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가엾어서 데려다가 군중에서 길렀다” 이 글은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처참한 상황을 글로 남겨 후대에 이런 비극이 없도록 경계하기 위해 서애 류성룡 선생이 쓴 징비록의 일부 구절이다. 이 구절만 봐도 알 수 있듯 징비록을 보면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던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글로 담겨있어 여전히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깊은 깨달음을 준다.

이런 징비록을 지난해부터 경북도에서는 필독서로 지정하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도청 공무원은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과 타시도에도 필독할 것을 지속 권하고 있다. ‘지난 잘못을 징계해 미래의 환란을 경계한다’는 징비의 교훈이 크기에 언제든지 필독서로 권할 수 있지만 이철우 지사가 지금 징비록을 권하는 이유는 따로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수도권 중심의 수도권병(病)을 타파하기 위함이다. 이 지사는 “조선시대 경상도에서 한양에 과거시험을 보러가려면 15~16일이 걸리는데 당시 왜군이 쳐들어왔는데 한양까지 20일이 걸리지 않았다. 이는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들이 대부분 도망가기 바빴고 결국 싸우지도 않고 점령당했다”고 설명한다. 이 말은 조선시대의 지나친 중앙집권화의 문제가 임진왜란의 피해를 증폭시켰고 징비록을 읽고 이를 교훈삼아 지방화를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지적하는 징비록에 담긴 임진왜란의 중앙집권의 폐해와 관련된 이일 장군과 우복룡 현감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상주에 방어선을 구축하러 내려온 이일 장군이 개령 출신의 농민이 근처에 왜군이 이르렀다고 보고한 농민을 가두었다가 군의 사기를 꺾는다며 죽였는데 몇 시간만에 왜군이 쳐들어와 결국 패주했다.

우복룡 현감은 관군을 인솔하던 중 지나던 다른 군사들이 인사를 하지 않았다해 자기 군사들을 시켜 모두 죽였다. 그런데 이를 경상도 관찰사 김수가 임금에게 우복룡이 반란군을 진압했다 거짓보고해 우복룡은 현감에서 통정대부(정3품)으로 특진했다.

중앙에서는 지방의 사정을 제대로 알 리 없고 파견된 관료는 본인의 지위만 생각하다보니 일을 그르친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도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과 다르지 않다. 오로지 수도권만을 위한 개발, 당리당략에 의한 표심잡기 수도권 정책으로 수도권의 포화상태를 넘어 수도권병이 걸렸고 지방은 인구소멸의 위기 속에 낙후를 거듭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권사고를 버리지 못한 지금의 대한민국은 발전의 토대와 나갈 방향을 잃어버린채 병들어가는 현실을 바라만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청년들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갔으나 취업에 허덕이고 높은 집값에 결혼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꿈은 사라지고 하루하루 생활에 매몰돼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마저 탄생하게 했다.

수도권의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중장년층은 탈출구 없는 쳇바퀴같은 삶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은 일자리가 있음에도 인재들이 찾아오지 않고 인구감소 속에 SOC인프라와 복지시스템은 갈수록 낙후되고 있다.

이제는 경북에서 강조하는 징비록에서 알려주는 교훈 즉 중앙집권의 폐해를 반드시 끊어 내야할 시점이다. 서애 선생께서 징비록을 집필한 이유는 단순히 전쟁에 의한 환란을 경계해서만이 아니다. 국가 위기 상황을 깨달아 더는 같은 일을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의지로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지방의 애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뤄 나가야 한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위를 구성해 균형발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서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중앙지방협력회의도 분기별로 정례화시켜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회성에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벌써 세 차례나 진행하며 진지하게 추진돼 경북도 입장에서는 매우 반갑게 다가오고 있다.

경북도에서도 ‘경북이 주도하는 확실한 지방시대’를 슬로건으로 정부정책에 맞춰 지방시대국을 신설하고 외국인 비자발급, 국립대 통합 등의 구체적 실천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에 살아도 행복하고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꿈을 펼치고 살아가는 정주민(定住民) 시대를 열어가는 것. 해서 청년들도 일자리와 월세 압박에 쫓기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경북도가 만들고 싶은 지방시대의 청사진이다.

서애 류성룡 선생께서 남긴 징비록의 교훈은 오늘 경북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이 됐다. 경북에서 외치는 징비록이 지방시대를 여는 큰 포문이 되길 바라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길 희망한다.

임대성 경북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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