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 전 세종·중종 등 활용, 고종 재건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선 고종 때 경복궁(광화문) 앞 월대가 제대로 된 모습으로 축조되기 이전 조선 전기에도, 광화문 앞 공간이 국가 행사에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에만 나오다가,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물적 증거 까지 처음으로 확인됐다.
조선 전기, 광화문 앞으로 나온 왕이 행사를 주재할 때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차일을 설치한 흔적도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광화문 월대의 복원·정비를 위해 실시한 추가 발굴조사 과정에서 고종년간에 축조된 광화문 월대 하부에서 조선전기 문화층(유구 등 인공조형물의 흔적)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4월하순 발표한 1차 발굴조사결과는 ▷4만짐(인부1인1짐)의 흙사용 확인 ▷남북48.7m, 동서29.7m인 월대의 규모 확인 ▷울타리 모양의 난간석 ▷동구릉의 부재 사용 ▷장대석(긴돌) ▷지대석(지지 돌), 철편-점토-석회 등을 재료로하는 시설 확인 등이었다.
추가로 발굴한 월대 하부층에 대한 조사 성과는 한마디로 조선시대 전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광화문 앞 공간의 퇴적양상과 활용양상을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이미 조선왕조실록에는 ‘광화문 밖 장전(帳殿:임금이 앉도록 임시로 꾸민 자리)에 납시어 친히 무과 시험을 보였다(세종실록 97권, 1442년)’, ‘광화문(光化門) 밖에 채붕(綵棚:오색 장식)을 맺고 잡희(雜戲)를 베풀게 하였다(세종실록 127권, 1450년)’, ‘광화문 밖에 이르러 산대놀이를 구경하고 한참 뒤에 들어왔다(중종실록 90권, 1539년)’ 등 조선 전기 월대 활용 관련 기록이 있었다.
이번 두 번째 조사를 통해 광화문 밖 공간의 퇴적양상은 자연층에서 조선전기 문화층(14~16세기)과 조선중·후기 문화층(17세기 이후), 월대 조성층(19세기)을 거쳐 근현대도로층(20세기)의 순으로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조선전기 문화층은 앞선 2007년 광화문 발굴조사에서도 그 흔적이 나타났고, 이번에 발굴한 유구는 고종년간 월대의 어도지 서쪽 기초시설 하부 약 120㎝ 지점에 위치한 조선전기 문화층의 최상단에서 확인됐다. 방형(사각형) 석재 1매(76×56×25cm)를 중심으로 양쪽에 남북방향의 석렬이 각각 한 줄씩 배열된 양상이며, 방형 석재의 중앙에는 직경 6cm의 철제 고정쇠가 박혀 있었다. 이러한 형태는 궁중 행사에서 햇빛을 가리기 위해 사용되는 차일을 고정하기 위한 장치와 유사하며, 경복궁 근정전이나 종묘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양쪽 석렬의 잔존너비는 약 85cm로, 길이 20~30cm의 크고 작은 석재가 일정한 너비를 이루며 남북방향으로 길게 이어지는 형태이다.
이러한 석렬유구가 동쪽 어도지 하층 탐색구덩이 조사에서도 일부 확인되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고종년간 월대의 어도지 하층에 전체적으로 유사한 양상의 조선 전기 유구가 분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 중기~후기 유구는 조선전기 문화층을 일부 파괴하고 조성된 층에서 확인되었는데, 교란과 파괴가 심하며, 민가의 흔적 등도 확인되어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이 방치되어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후 고종대에 이 층을 정리하고 다시 흙을 쌓아서 월대를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경복궁 영건일기)에 의하면, 광화문 앞(육조거리)의 정비와 관련하여 ‘광화문 앞의 민가 중 어로(御路)에 불필요한 것은 모두 철거하였다(1865년 윤5월 18일)는 것이다.
조선 전기부터 바닥에 돌을 깔아 축조하는 방식의 시설들을 갖추고 다양하게 활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의 기능이 상실되며 방치된 채 관리되지 못하다가 고종년간에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월대가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측은 설명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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