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9명 극단선택, 4년새 145%↑
상담신청 3만명에 인력은 22명뿐
인사처엔 원인 통계조차 없어
“전임자가 일을 하지 않고 갔는데 그걸 내가 다 하면서 욕을 먹는다. 직장에서 사람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 40대 공무원 A씨의 정신과 상담 진료 기록 중 일부다. A씨는 고용노동부 지방지청 등에서 13여년간 근무하다 2021년 10월 복지부로 옮겼다. 그리고 그는 3주 만인 2021년 11월 ‘적응 장애’로 휴직을 택했다. 그는 지난 2월 정신과를 찾아 “내가 이번에 복직을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의 정신과 진료기록지에는 A씨가 직장 복귀를 두려워한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후 휴직 4개월이 지난 지난해 3월에도 A씨는 “팀장이 내가 실수를 했다며 공개적으로 욕을 하고 소리를 쳤다”고 상담에서 털어놨다. A씨 남편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괴롭힘) 가해자를 떠올리는 것이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마저도 힘들어했다”고 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26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순직을 청구한 공무원은 49명으로, 전년(26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시행된 2018년 10월 이후부터 수치를 보면 ▷2018년(10~12월) 3건 ▷2019년 20건 ▷2020년 19건 ▷2021년 26건 ▷2022년 49건으로, 4년 새 145% 늘었다.
공무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지만 관계자 사이에선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정부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처는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유족 등으로부터 순직 신청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인사처에선 관련 원인에 대한 통계조차 관리하고 있지 않다. 인사처 관계자는 “극단 선택 순직 관련 원인을 명시한 상세 분류는 없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순직을 신청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직장 내에서의 업무, 관계에 원인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것인데 이를 분류하는 통계가 없다는 것은 극단 선택을 막기 위한 적극적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제도가 일부 운용되고는 있지만 대부분 부분적 조치에 그친다. 최혜영 의원 자료에 따르면 인사처가 운영하는 마음상담센터를 찾은 공무원은 지난해 2만7000여명, 재작년 3만4000여명이다. 그러나 전국 8개 인사처 마음상담센터에 상주하는 상담사는 센터당 2~5명, 총 22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 명이 1545명을 관리한 셈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집단 프로그램 및 심리검사까지 합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수만명의 공무원이 정신과 진단을 받는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4만명이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충동장애 등을 진단받았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공무원들에 과중된 업무에 퇴직, 휴직을 택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남은 인력이 일을 떠맡아 더욱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악순환”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공무원들 사이에서 잇따르는 극단선택 문제도 이대로는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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