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김미경쇼’, ‘요즘 책방’ 연출

지식 전달형 콘텐츠 대중화 주도

유행 안타는 인문학 가능성 증명

정민식 CJ ENM CP가 22일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CJ ENM 제공]
정민식 CJ ENM CP가 22일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CJ ENM 제공]

“딸아이 학교 선생님이 수업 중 ‘어쩌다 어른’을 보여줬대요. 그래서 딸이 ‘우리 아빠가 만들었다’고 얘기했다네요. 괜히 기분 좋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제가 만든 콘텐츠가 유익하게 쓰이니 감사할 뿐입니다”

CJ ENM 정민식 책임피디(CP)는 tvN의 ‘어쩌다 어른’을 비롯해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김미경쇼’, ‘스타특강쇼’ 등 강연형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며 성공을 거뒀다. 국내 지식전달 인문학 콘텐츠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콘텐츠는 일선 학교는 물론 군 부대와 지자체 등 각 기관에서 교육자료로 활용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정민식 CP가 선보인 강연형 지식전달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면서 이후 여러 채널에 걸쳐 유사한 인문학 콘텐츠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 ‘어쩌다 어른’은 시작한 지 9년이 넘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며 국내 대표 인문학 콘텐츠로 자리를 굳혔다.

줄곧 TV 콘텐츠를 만들던 그는 2020년 9월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개설하며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피엔스 스튜디오’는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지금은 185만명을 기록 중이다. 올해 안으로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피엔스 스튜디오’에는 기존 ‘어쩌다 어른’과 ‘벌거벗은 한국사’ 등을 재가공한 콘텐츠도 있지만 유튜브 문법에 맞춰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다수 제공한다. 역사를 비롯해 심리·미술·과학·건강·경제·동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자들을 통해 깊은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CJ ENM 본사에서 만난 정 CP는 “조금 전까지 ‘사피엔스 스튜디오’ 때문에 회의를 하다가 왔다. 3분기에는 포맷을 많이 바꿀 계획”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1인 강연형 콘텐츠를 줄이고 대신 여러 명이 나와 최신 이슈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라이브(생방송)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라이브가 끝나면 그걸 다시 3편으로 나눠서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콘텐츠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환경에서 정 CP는 인문학 콘텐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분량이 짧은 숏폼 콘텐츠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도 30~50분 분량의 ‘사피엔스 스튜디오’ 콘텐츠가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다.

정 CP는 “유튜브에서 인문학 콘텐츠는 숏폼보다 30~40분에 달하는 미드폼 또는 롱폼의 인기가 더 높다”며 “드라마, 영화, 예능은 보고 들어야 이해가 되지만 인문학 콘텐츠는 보지 않고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보이는 라디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콘텐츠는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소비가 되고 있다. 정 CP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보통 특정 연령이나 성별에 치우쳐 있기 마련인데 ‘사피엔스 스튜디오’는 남녀 성비가 고르다”며 “연령층도 지표상 20대, 30대, 40대, 50대가 골고루 보는 것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비행기 엔지니어를 꿈 꿨던 정 CP는 일찍이 방송일을 접하면서 콘텐츠 제작업무에 발을 들였다. 2013년 CJ ENM에 둥지를 틀면서 강연형 콘텐츠 연출자로 본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예능제작본부 소속이던 정 CP는 2020년 9월 디지털제작본부로 자리를 옮기며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그는 “디지털을 빨리 배우고 싶었다”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의 흐름을 배워야 계속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인문학 콘텐츠 소비가 늘어났다. ‘사피엔스 스튜디오’가 만들어진 것도 그 즈음이다.

정 CP는 “재택학습과 재택근무 등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식을 습득해 나 자신을 계발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며 “인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 트렌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동영상 콘텐츠 시장은 OTT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인문학 지식 콘텐츠의 경우 아직 OTT와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CP는 “드라마, 영화, 예능은 단기적 성과가 확실하지만 지식형 콘텐츠는 꾸준히 기다려줘야 하기 때문에 OTT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예능은 시청률 그래프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반면, 인문학 콘텐츠는 완만하고 느리다. 그러나 절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며 “인문학 인더스트리 자체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계속 기다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CP는 인터뷰 내내 인문학 콘텐츠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나이를 먹지만 인문학 콘텐츠는 나이를 먹지 않지 않는다. 우리가 죽어도 인문학 콘텐츠는 소비된다”며 “2013년에 만든 인문학 콘텐츠를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유행을 크게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 역시 ‘나이 들지 않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정 CP는 “콘텐츠가 유용하게 잘 쓰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쉬웠으면 좋겠다”며 “어려운 외국 원서를 해석해 공개하더라도 쉽게 해주고 싶다. 쉽게 전달해야 또 다른 것을 계속 보고싶은 흥미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주력해온 정 CP는 그가 처음 시작했던 TV로 다시 돌아가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정 CP는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에 선보일 TV 콘텐츠 기획을 마치고 섭외도 3분의 2 가량 진행됐다”며 “강연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을 섞은 하이브리드형 콘텐츠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정 CP는 내년에 2개의 신규 프로그램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OTT를 겨냥하고 있다. 벌써 내년 하반기까지 계획을 세워뒀을 만큼 숨가쁘게 달리는 중이다.

정 CP는 “회의실에 달력을 기본 6개월치 붙여 놓고 일하는 스타일이다. 책상에는 4개월치 탁상용 달력을 펼쳐 놓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김현일·박혜림 기자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