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의 한 건물 위에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로고가 걸려있다. [AFP]
중국 장쑤성의 한 건물 위에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로고가 걸려있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원호연 기자]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간 고도 성장을 이어오며 세계의 공장과 소비 시장 역할을 해 온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자 글로벌 경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발(發) 유동성 위기가 금융 시스템을 타고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히려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미국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을 식혀줄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고통에 미국은 웃는다 =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중국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와 같은 위기를 겪는다면 그것이 나머지 세계, 특히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대답은 분명히 ‘아니오’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의 규모가 크긴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해 금융과 무역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과 홍콩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약 2150억달러이며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3000억달러 수준이다. 총 투자액은 5150억달러로 미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큰 규모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금액은 지난해 약 1500억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도 되지 않는다.

크루그먼은 “경제 위기의 여파는 독일과 일본처럼 중국에 수출을 많이하는 국가에는 영향이 클 것이고 이들 국가와의 무역을 통해 미국에도 영향은 주겠지만 전체적인 효과는 여전히 작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런가하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이 진입해 생산자 물가가 하락하면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어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 충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의 모습 [AFP]
중국 충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의 모습 [AFP]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 가격은 7월 전년 대비 4.4% 하락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가격이 하락하면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미국, 유럽 및 신흥 경제국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는 게 FT의 전망이다.

특히 미·중 간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되면 중국에서 생산된 상품이 선진국에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 반대로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과 유럽의 제품을 덜 구매하게 된다.

여기에 중국 경제 침체는 에너지 소비 수요 감소로 이어져 석유와 천연 가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7월 3년 만에 원유 비축량을 줄였다.

데이터 분석 업체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분석가는 “이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온 많은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CA 리서치의 다발 조쉬 수석 전략가는 “중국의 모든 경제 문제는 전세계 생산에 부담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디플레이션의 여파는 중국 스스로 그리고 전세계가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성장판 닫힐라… = 중국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단 점에서 이번 중국 경제 위기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자칫 세계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 대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중국 경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적 운명은 전체 글로벌 성장률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제재와 공급망 배제 등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세계 경제의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지난해 9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의 평균 기여도는 30%를 넘어 1위를 차지했다. 알프레도 몬투하르-헬루 컨퍼런스보드 중국경제·비즈니스센터 센터장은 “세계 경제에 있어 중국의 기여도는 여전히 높다”면서 “중국 경제의 위기는 전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로 가계와 기업이 수요가 줄면서 가장 먼저 수출국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중국의 수출은 3개월 연속, 수입은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 서부의 한 철광석 광산 [로이터]
호주 서부의 한 철광석 광산 [로이터]

그 중에서도 중국의 경제 위기에 가장 노출돼 있는 곳은 원자재 수출국들이다.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와 부동산 시장 위기는 곧 원자재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원자재 수출국의 수익 악화를 의미한다. 특히나 구리 등 대중 원자재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잠비아와, 석탄과 철 최대 공급국인 호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그룹은 최근 2022년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실적 발표에서 지난 2020년 이후 3년만에 가장 낮은 연간 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시 BHP 측은 “중국과 인도가 상대적으로 수요 안정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로이터 등은 “BHP를 비롯한 업체들이 자신들 대부분이 중국 경제의 인질이 돼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급망 분석회사 레바데이터의 키스 하틀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전세계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고 있다”면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거래 감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뿐만이 아니라 각종 소비재 기업들의 경영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는 “중국은 명품을 비롯해 기계와 첨단 기술 상품 등의 최대 소비지역이다”면서 “민간 소비가 시들게 되면 소비 업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가 전세계 금융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다. 지난 2018년 영란은행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연 7%에서 -1%로 하락하는 ‘경착륙’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쏠리면서 글로벌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 등 선진국 통화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업이 발달한 영국의 경우 GDP가 1.2%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서구 금융 기관은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와 같은 영국 은행은 예외”라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