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 칠봉이로 국민짝사랑 스타덤 유연석
나정이 짝사랑에 그쳤지만 촬영 내내 달달 난 경상도사나이…어색한 사투리 다시 배워 데뷔11년 광고·차기작 잇단 러브콜 얼떨떨
“유연석에게 ‘응사’란?”
“9회말 2아웃에서 3진아웃을 잡은 투수! 투수에게 9회말 2아웃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잖아요. 성취감이 들 수 있는 가장 짜릿한 순간에 삼진아웃을 잡는다는 건 큰 의미가 있어요. 여운이 많이 남아요.”
극적인 캐릭터를 오갔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한 유연석(30)은 선량하고 순한 눈빛의 소년(열여덟열아홉ㆍ2011)이 되었다가, 목적만을 향해가는 나쁜 강남오빠(건축학개론ㆍ2012)로 옷을 바꿔입었다. 선한 눈 뒤에 숨은 음울함은 컴플렉스 덩어리(늑대소년ㆍ2012)로 다시 태어났다. 데뷔 10년이 되던 지난해 ‘응답하라 1994’(tvN)의 칠봉이를 만난 그는 뒤늦게 ‘국민 짝사랑’이 됐다. 야구밖에 모르는 천재투수, 남부러울 것 없는 메이저리거의 순애보에 여성 시청자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어둡고 우울했던, 선악이 뒤섞인 남자’(신원호 PD)는 영락없는 착한 남자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에게 배우 유연석의 이야기를 들었다.
“매 작품, 매 캐릭터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칠봉이 캐릭터를 준비하면서도 그전에 만났던 캐릭터에 접근해온 방식과 다르지 않았어요. 시청자는 저에 대한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었죠.”
신촌하숙 유일의 서울사람이자 우뇌형 남자였던 칠봉이는 드라마 내내 달달했다. 사랑으로 아파본 유연석의 경험이 칠봉이를 통해 묻어난 덕분이었다. 7년간의 짝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청자는 ‘사이다(칠봉의 칠+성나정의 성) 커플’로 부르며 응원했다. 드라마에선 서울남자였지만, 유연석도 알고보면 경상도(경남 진주 출신) 남자다. 스스로는 칠봉이와 닮은 점이 많다면서도, “경상도와 서울에서 절반씩을 살다 보니 칠봉이와 쓰레기(정우 분)의 모습이 혼재돼 있다”고 한다. 대놓고 표현하기 보다는 남몰래 챙겨주는 것이 ‘유연석 스타일’이다. 심지어 유연석 역시 ‘응사’ 출연배우 못지않은 사투리 능력자. 그 덕에 드라마에선 칠봉이가 사투리를 따라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도리어 유연석에겐 힘든 촬영이었다. “사투리를 못하는 척하는 게 쉽지 않아 서울 토박이에게 사투리를 써보라고 한 뒤 흉내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학예회에서 연극무대에 오르며 난생 처음 느껴본 떨림은 유연석에게 배우를 꿈꾸게 했다. 데뷔 11년이 된 지금, 놀랍도록 달아오른 대중의 관심에 유연석을 둘러싼 환경은 달라졌다. 광고업계 섭외 1순위, 진작에 차기작(영화 상의원, 은밀한 유혹)을 결정하며 다시 한 번 새로운 모습에 도전할 생각이다.
“지금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칠봉이에게 열광하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이전의 캐릭터가 쌓여 빛을 발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캐릭터에 한정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변함없는 성원에 대한 보답인 것 같아요. 저를 바라봐주시는 시선, 달라진 사랑과 기대치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겠죠. 열심히 사는 배우의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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