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 “투자, 中 외 지역으로 돌려”
美 기업도 차이나 리스크 피해 공급망 재편
완전 철수 대신 ‘칸막이 세우기’…전환 부담 줄여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중 갈등이 높아지고 중국이 반간첩법 등으로 외국 기업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자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 사업 축소에 돌입했다. 다만 완전한 ‘탈중국’보다는 중국발 리스크가 전체 사업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각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중국 사업을 서서히 본사와 분리하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주재 유럽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유럽 기업의 11%는 계획했던 투자를 중국 외 지역으로 이미 돌렸고 22%는 이러한 전환을 결정하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기업은 절반 미만에 그쳤다.
미국 기업들 역시 비슷한 동향을 보이고 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올해 조사 대상 미국 기업의 12%가 공급망을 중국 외부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또다른 12%의 기업은 이미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과 인텔은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으로 알려진 위험 헷지 전략을 통해 중국 공장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증설은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에 진행하고 있다. 장난감 제조업체인 하스브로 역시 중국공장을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중국 사업을 유지하는 대신 중국 내 판매에 중점을 두고 생산 라인과 공급망을 재구성하고 있다. ‘중국을 위한 중국’으로 불리는 이러한 전략은 제3국 이전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실패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가 전체 사업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중국 지사를 분사해 홍콩에 상장할 계획을 세웠다. 중국 정부가 조달 지침을 바꿔 병원을 포함한 국가 기관이 중국 브랜드로부터 조달하는 비중을 높이기로 한데 따른 대응이다. 독일 제약회사 머크는 지난 5월 중국 공급망을 확대해 중국 정부의 대 서방 보복 조치에 대비하기로 했다.
독일기계협회(VDMA)는 회원사의 3분의 1이 중국산 또는 미국산 부품을 포함하지 않은 ‘중립제품’을 제공하는 대체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 동시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익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폭스바겐이나 프랑스-이탈리아 반도체 제조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중국 사업 부문을 분리 시키거나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들은 아직 중국시장과 관련해 일관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유럽외교위원회의 아가테 드마라이스 선임 정책 연구원은 “유럽은 여전히 디리스킹(위험제거)가 무엇인지,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난 1년 간 디리스킹의 한 형태로 현지화 전략이 논의됐지만 실제 기업의 투자가 결실을 맺는 데는 몇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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