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조합 분양 일정 두고 셈법 복잡

향후 금융 비용 부담은 커져

“여보, 강남 입성 내년으로 미뤄야겠어” 공사비, 분상제에 역대급 분양 가뭄 [부동산360]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청약 수요자들이 눈 여겨 보고 있던 분양 단지가 좀처럼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분양 일정을 빌미로 공사비 협의를 원활하게 해보려는 시공사와 지나친 공사비 인상은 어렵다는 조합의 줄다리기,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지체하는 단지까지 각기 다양한 이유로 예비 청약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단지 분양 일정이 계속 밀리는 중이다. 공사비 문제와 분양가 셈법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함께 분양이 거론됐던 성동구 행당7구역(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은 일반분양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일정을 미뤘고, 올해는 분양가상한제가 풀렸지만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 협의가 길어지면서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합 등에 따르면 해당 단지 분양은 내년까지 밀릴 가능성이 크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페타스'·'신반포메이플자이',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등 강남에 공급되는 아파트들도 공사비 증액 등 문제로 분양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은 공사비 협의는 일단락했으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상황이라 일반분양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조합이 시공사랑 협의해서 분양가를 결정하지만, 분양 업무 자체를 시공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시공사 측에서 ‘공사비를 올려주면 분양 일정을 빨리 잡아보겠다’는 식으로 공사비 인상을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가 오르는 추세기 때문에 급한 단지가 아닌 경우 공사비가 확정되면 오히려 조합이 분양 일정을 연기하기도 한다"며 "일반분양에서 수익성을 높여 공사비 인상분을 메꾸려는 것"이라면서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경우 분양을 미루면서 규제 완화를 기대하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올해 초 전국 대다수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다만 분양 일정을 미룰 경우, 향후 금융비용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중도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고공행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연 4.8%를 웃돌며 16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미 국채 10년물이 5.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국채금리는 국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준거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뛴다. 이달 시중은행 주담대 상단 금리가 연 7%를 넘어섰지만, 시장 금리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해당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