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반대의견 보니 “인민재판될 수 있다”·“참여자에 인신공격·조롱 우려”
법원행정처 “새 대법원장 취임후 정책결정할 것”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대법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재판 중계방송을 하급심까지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당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가운데 일부가 중계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민 10명중 9명은 재판 생중계에 찬성하는 반면, 재판당사자인 검사와 판사의 찬성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9일 법원행정처의 정책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87.9%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크거나 중요한 재판을 매체를 통해 생중계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검사와 판사의 찬성비율은 각각 48.5%, 44.7%에 그쳤다. 변호사와 법학자의 찬성비율은 각각 68.9%, 92.3%였다.
법조인들은 재판참여자들의 초상·성명 등 개인정보가 과다노출될 수 있고 공판 중 발언 일부만 발췌·재유포되면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소송관계자나 재판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체적으로 법관 및 검사 등의 반대의견을 살펴보면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재판의 경우 여론에 좌우되는 인민재판이 될 수 있고, 법 이해도가 낮은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생중계될 경우 그 영상은 어떤 식으로든지 재생산돼 유튜브 등에 떠돌아 다닐텐데, 그로 인한 초상권침해나 어느 일방 세력(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 등)에 의한 비난·조롱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물리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으로는 “지금 시스템 하에서는 단독재판의 경우 10분에 2~3건을 진행해야 한다. 중계가 이뤄지면 사건 적체가 훨씬 심화될 것”, “재판이 실질적으로는 각종 제출되는 문건에 의해 진행되는데, 방송중계상 문건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오해가 생길 여지가 크다”는 주장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중계에 대해 “법원행정처에서 추진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는데, 피고인들이 민감한 부분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생중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지 의문”이라며 “판결기록이나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법관이나 검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건관계인들의 개인정보나 명예훼손, 사회적 체면 등을 고려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생중계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따금 불거지는 판사의 고압적인 태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으면 얼마나 신경쓰이겠나. 재판 준비를 더 충실히 해야할 것”이라며 “법정 내에서 막말하는 판사도 일부 있기 때문에, 생중계를 하면 이런 경우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법관과 검사의 의견을 신중하게 검토하겠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국민의 찬성비율에 더 주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행정처 관계자는 “새 대법원장 취임이후 의견수렴 및 정책결정에 따라 이뤄질 사안으로, 현 단계에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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