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침투성 보호의는 1986년 방산물자로 지정된 이후 28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80년대 기술 그대로다. 수명이 5년 이하인데 미군은 1997년에 저장수명 15년, 2005년 이후 반영구적인 보호의로 교체했다.
#.방독면 등을 생산하는 H사는 최근 10년간 시설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 업체의 제조설비는 1967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H사는 국내 방산업체로 방독면과 침투성 보호의를 생산하고 있다.
#.지대공유도무기인 천마용 변속기 부품은 수입산이다. 2011년에 개당 2만1950달러였는데 지난해 9만494달러로 4배 폭등했다. 구축함용 가스터빈엔진은 55억원에 방산업체 F사가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55억원 중 41억원에 해당하는 재료가 모두 수입품이다.
감사원이 적발한 방위사업체의 실태이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는 분야이지만 보안이란 명목하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고, 그 사이 그 안은 오랜 기간 곪아 있었다.
▶수많은 혜택 방산업체, 결국 터질 일 = 정부는 1973년 이후 안정적인 군수품 조달을 위해 방산업체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80년대 말엔 75개사 371개 품목에 그쳤지만, 점차 늘어나 지난해 4월 기준 97개사 1317개 품목까지 늘어났다. 방산업체가 되면 독점적인 납품권을 보장받고, 각종 보조금이 지급되며, 생산설비 투자에 대한 비용도 보상받는다.
문제는 이 같은 독점적인 혜택 때문에 투명한 운영 과정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칫 비용 낭비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또 독점적인 지위 때문에 기술 개발에 소홀하고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감사원이 방위사업청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사를 벌인 결과에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21세기 맞나, 황당한 방산업체도 속출 =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3년마다 수시로 방산물자를 계속 유지할지 검토하도록 규정돼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경쟁이 가능한 품목이 되면 굳이 방산물자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실제로 이 같은 이유에 따라 취소된 사례는 13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기술 개발 없이도 독점적인 지위를 이어갔다.
H사가 대표적인 예. 40년도 넘은 1967~2003년 사이에 제조시설을 설치했으며, 최근 10년 간 아예 시설 투자 실적이 전무했다. 성능개선 노력은 전무한 채 방산업체란 이득만 악용한 꼴이다. H사는 방독면 및 침투성 보호의를 생산, 납품했다. 국내 침투성 보호의는 80년대 처음 미국에서 기술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그 기술 및 규격을 유지하고 있다.
▶국산화는 요원, 전시엔 어쩌나 = 방위산업에서 국산화는 핵심 역량 중 하나이다. 업체를 선정하거나 향후 관리할 때에도 국산화율을 높여야 했지만 이런 정책은 현장에선 유명무실했다. 구축함용 가스터빈엔진이나 FA-50용 엔진 등은 각각 55억원, 2455억원에 계약된 물품인데 모두 수입부품이다. 정작 제조 시설을 갖추지 않고 부품을 단순 조립만 하는 업체가 방산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사원 측은 “평시엔 수입부품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전시엔 수입 자체가 제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당한 보상금액, 방산업체만 고금리 시대 = 방산업체에 보상하는 금액 산정에도 비상식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다. 방사청은 방산업체의 설비투자를 유인하고자 업체가 설비에 투자한 자기자본의 비용을 원가에 반영해 보상하고 있다. 이때 시장이자율을 반영해 금액을 산정하고 있는데, 시장이자율을 13%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시장이자율은 1997년 13.39%에서 2013년 3.19%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방사청은 1997년 당시엔 12%로 정하다가 2006년엔 오히려 13%로 인상했고, 현재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보상금액 산정, 불필요한 독점 계약 등으로 최소 5668억원의 비용이 낭비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방위사업청장에게 통보하는 등 총 33건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측은 “업체와의 유착 등 방산시장 부조리의 원인을 없애고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 체계를 구축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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