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6일 4년간 81조원의 통큰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런 논란을 불식시킬 정도의 대규모 투자다.

특히 올해 가장 많은 투자액이 집중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투자계획조차 잡지 못한 다른 기업에 비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베팅이다.

여기에는 정몽구 회장의 역발상 경영철학이 작용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체된 상황의 타개책으로 투자를 꺼낸 것이다.

정 회장은 고비 때마다 묘수를 내놓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를 인수할 때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구매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런 역발상 경영의 하나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우리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계획을 예고했다.

81조원 중 61조2000억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국내 투자액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비 11조원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50조원이 고스란히 국내에서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로 투입된다.

자동차산업의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박근혜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고용률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ㆍ기아차는 국내공장 신증설에는 그동안 미온적이었다.

현대차가 최근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와 중국 서부 충칭시에 각각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내 4번째, 5번째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고 기아차도 지난해 8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글로벌 업체와 경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국내 생산능력 확충보다 친환경차 연구개발 역량을 크게 확충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미래 성장동력에 아낌 없는 투자를 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경영기조가 바뀔지도 관심사다. 정 회장은 그간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전망 속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내실을 다지는 경영방침을 이어왔다. 그러나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넘어선 올해부터 이런 경영기조의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