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진로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5000여개 오크통 숙성 거친 증류식 소주

창립 100주년…포트폴리오 다양화 전략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숙성 중인 200ℓ 오크통. 전새날 기자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숙성 중인 200ℓ 오크통.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이천)=전새날 기자] 8층 높이의 철제 선반 위에 쌓인 거대한 오크통.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온도. 와인이나 위스키를 생산하는 해외공장 같은 웅장함에 압도됐다.

지난 11일 찾은 경기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목통 저장소 안은 200ℓ 오크통 5000여 개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이곳에서 숙성되는 원액은 오크통 나무와 반응해 위스키화가 진행 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황금빛을 띠는 원액은 하이트진로의 증류식 소주로 탄생한다.

대표 제품 ‘일품진로’는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의 대표 제품이다. 술이 담긴 오크통은 미국에서 왔다. 하이트진로는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통을 수입해 증류 원액을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술의 맛을 좌우하는 만큼 오크통을 새로 들여오고 보수하는 작업이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오크통의 위치와 방향도 적절히 바꿔줘야 한다.

증류식 소주는 생산 과정이 까다롭다. 맛을 위한 미세한 온도와 습도 조절은 필수다. 원액이 숙성되고 있는 저장소는 금세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온도계는 10.2℃, 습도계는 79.9%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영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증류주제조파트장은 “온도가 올라가면 오크통 안에 술에 포함된 에탈올과 휘발성분이 빠져나갈 수 있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여름에도 20도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숙성 기간은 없다. 이 파트장은 “연구소에서 술의 품질을 보고 맛이 괜찮다고 판단이 되면 상황에 따라 활용한다”며 “통상 5년 이상은 기본적으로 숙성한다”고 부연했다.

1980년대 사용하던 규조토 여과기.전새날 기자
1980년대 사용하던 규조토 여과기.전새날 기자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오크통은 24살이다. 지난해 일품진로 23년산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제품은 긴 시간 오크통에서 숙성된 원액 100%로 만들어졌다. 매년 연평균 약 2%의 원액이 휘자연 휘발되는 만큼 희소 가치가 높다. 지난해 일품진로 23년산도 8000병 한정 판매에 그쳤다. 올해도 일품진로 24년산이 출시된다.

일품진로에는 하이트진로의 100년 양조 기술이 담겨있다. 처음 하이트진로가 증류식 소주를 선보인건 1924년 출시한 ‘진로’다. 하지만 1965년 정부의 양곡관리법을 시행하면서 참이슬과 같은 희석식 소주가 대중화됐다. 2007년 다시 ‘일품진로’를 출시했다.

현재는 일품진로를 중심으로 진로1924, 일품진로 오크43, 일품진로 23년산 등 증류식 소주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다양해진 소비자의 주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선보인 일품진로 23년산처럼 프리미엄 한정판을 매년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세청 주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전년(2480㎘)대비 97.7% 급증한 490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출고액도 전년(646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약 141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목통을 대규모로 저장해 숙성양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오크통 7000통 이상, 목통 원액으로는 약 160만ℓ를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군 일부. 전새날 기자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군 일부. 전새날 기자

어느덧 100년 기업이 된 하이트진로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면서도 과감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꾸준하다. 맥주연구소(홍천)와 소주연구소(청주)로 이원화된 연구소도 일원화할 계획이다.

전장우 하이트진로 연구소 상무는 “연구소는 연구 용역을 다각화하고, 주류 분야의 역량 강화와 연구 인프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100주년을 기념해 맥주와 소주 인력을 통합해 운영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해 성장을 잇는 조직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경기도 용인시에 신축 중인 통합 하이트진로 연구소가 완공되면 청주, 위스키 등 종합적인 주류를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세영 하이트진로 상무는 “통합연구소와 증류소 건립으로 기술과 품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소비자에 좀 더 나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제품을 선보이면 소비자가 반응했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니즈에 저희가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ew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