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에서 ‘20대는 뉴욕에서 보내고 결혼하면 중소도시나 교외에서 산다’는 말이 통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는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대도시를 떠날 수 없도록 발을 묶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대도시에 그대로 머무는 청년층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일자리와 부동산 대출의 부담 때문에 대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20ㆍ30세대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 수십년 간 미국에선 젊을 때 뉴욕ㆍ로스앤젤레스ㆍ시카고 등 3대 대도시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결혼하게 되면 작은 도시나 교외로 이사해 자녀를 키우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는 젊은이들의 거주 풍속도를 뒤바꿔 놓고 있다.
WSJ가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 분석한 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 2004~2007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대도시권을 떠난 25~34세 청년층은 연간 5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3년에는 그 숫자가 절반인 2만3000명도 안 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엔젤레스에선 청년층 1만2000명만 이사를 간 것으로 조사돼 경기침체 이전보다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시카고의 경우에도 청년층 유출인구 감소폭이 60%에 이르렀다.
그 결과 미국 청년층 7명 중 1명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3개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대 도시의 청년층 거주인구는 미국의 다른 주요 도시 인구를 합한 것보다 많을 정도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차적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구직난이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힘들게 취업한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부족한 중소도시로 이사를 갈 마음을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돈 때문에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는 먼 얘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소도시나 교외에 정착할 때 져야할 부동산 대출 역시 적잖은 부담이 된다.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도 대도시를 떠날 수 없게 만든다. 18~34세 전일제 고용자들의 평균소득은 2000년 이후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1980년대보다 손에 쥐는 액수가 적은 실정이다.
이처럼 대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문제가 고착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생산성과 역동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케네스 존슨 뉴햄프셔대 교수는 “젊은 노동자들의 활발한 이동은 미국 경제의 막대한 자산이었다”면서 젊은층 대도시 쏠림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날 충격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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