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승 스킨1004 브랜드 총괄
5년만에 매출 28억→669억원으로 급성장
국가별 접근 아닌 문화권·기후별 공략 성공
선세럼, 아마존 프라임데이 선크림 1위 기록
“올 매출 목표 3000억원…문화의 힘 키워야”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해외 매출 비중이 95%에 달합니다. 필리핀 소비자가 올린 화장품 리뷰를 캐나다와 미국 소비자가 보고 구매하는 시대잖아요. 문화권과 기후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습니다.” (곽인승 크레이버 CIO 및 스킨1004 총괄)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브랜드, 상반기 전 직원에게 1000만원의 성과급을 쏜 화장품 회사가 있다. 바로 ‘아마존 1등 선크림’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브랜드 스킨1004다.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를 포함 100개국이 넘는 전 세계에 수출하며 5월까지 누적 매출은 벌써 지난해 연매출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도네시아 쇼피(Shopee)의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중 1등에 올랐다. 9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곽 총괄은 “이번 해는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킨1004는 지난 2016년 크레이버가 인수한 천연 화장품 회사다. 자연에서 유래한 마다가스카르산 ‘센텔라아시아티카(병풀)’ 추출물이 대표 원료다. 2018년 곽 총괄이 브랜드를 이끌기 시작했을 때 직원은 5명, 연 매출은 28억원에 불과했다. 5년 만에 매출 규모는 23배(669억원)로 성장했다. 해외 사업이 커지면서 직원도 70여 명으로 급증했다.
스킨1004는 철저한 전략과 계획에 따라 동남아 시작을 공략한 뒤 서구권으로 판로를 넓혔다. 국가가 아닌 언어와 기후를 중심으로 화장품을 판매하겠다는 밑그림이 큰 결실로 이어졌다.
스킨1004는 지역별로 원하는 화장품 수요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곽 총괄은 “같은 선크림이라도 어떤 문화권에서는 톤업이라고 느끼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백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습한 지역에서는 가벼운 제형을, 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크림처럼 리치한 제형을 선호해 맞춤형 마케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16만개가 넘게 팔린 ‘센텔라 히알루-시카 워터핏 선 세럼’도 기획 상품이었다. 그는 “서구권에 가벼운 발림성을 가진 제품의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당시 진출한 업체가 많지 않아 노려볼만하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뷰티 채널에 천연 성분과 가격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스킨1004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처럼 영어를 쓰는 국가를 먼저 공략했다. 이른바 ‘낮게 달린 열매’ 전략이다. 곽 총괄은 “마케팅 비용이 저렴하고, 개방적인 언어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동남아 내 영어 사용 국가를 먼저 공략하자는 의도였다”고 소개하며 “그 결과 서구권까지 브랜딩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스타일바나, 예스스타일 등 K-뷰티 소비자가 모인 곳에서 공유되는 콘텐츠가 바다 건너 북미와 유럽권 사용자에게 노출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곽 총괄은 “화장품은 ‘리뷰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자발적인 마케터(판매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킨1004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인플루언서를 포함해 월 500건의 리뷰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3개의 B2B(기업간 거래)팀을 만들어 지역별 담당을 만든 것도 성장에 기여했다.
소규모 화장품 브랜드가 유통 플랫폼을 거쳐 수출하는 것과 달리 스킨1004 B2B팀은 바이어와 직거래를 늘리며 유통망을 확장했다. 스킨1004에 외국인 직원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레이시아, 홍콩, 러시아 각국에서 온 17명의 외국인 직원이 스킨1004에서 활약하고 있다. 4명 중 1명꼴이다.
스킨1004의 다음 목표는 프랑스 브랜드 라로슈포제처럼 오래 가는 브랜드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곽 총괄은 “가장 큰 판매 채널은 온라인이지만, 소비자의 기억에 각인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힘을 확인했다”면서 “지난해 진행했던 명동 플래그십(체험) 매장처럼 미국에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 접점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K-뷰티의 흥행을 “단군 이래 찾아온 최고의 기회”라고 표현했다. 곽 총괄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찾아온 인플레이션이 합리적인 가격의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한 판을 만들었다”면서 ““K-팝이나 K-드라마의 낙수효과가 아니라 K-뷰티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기 위해 대기업이 투자하는 것처럼 한국 자체에 대한 문화적 매력을 높이는 소프트파워를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