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금값이 바닥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큰손’들의 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발 금융 불안 등의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론 2%대의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것과 강화된 금융실명제 영향도 금 선호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에 따르면 지난달 금 거래량은 200kg을 넘는다. 새해들어 21일까지 거래된 금 거래량도 90kg을 넘고 있다. 골드바 판매량도 급증해 2013년 700kg대에서 지난해에는 1383kg을 기록해 1년 사이 두배 가까이 뛰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올해 금 거래량은 2톤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은 104.4톤(World gold council:2013년) 가량이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Class갤러리아센터 그랜드마스터 PB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금 투자와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1월들어선 최근 10%가량 오른 금 가격 때문에 환매를 문의하는 전화들도 많다”고 말했다. 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문의도 급증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부 관계자는 “금과 은 또는 금은과 유가를 함께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문의가 12월과 1월 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거래가 늘어난만큼 금값도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7일 온스당 1131.4달러에 머물렀던 블룸버그 금 현물 시세는 이달 20일 현재 온스당 1294달러선까지 올랐다. 최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이 잇달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도 금값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금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 파버리미티드 회장은 최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면 금값이 올해 30%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금값 상승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상승 여력이 있는 유일한 주식은 금 생산업체”라고도 말했다. 반면 달러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돼 있어 금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캐나다 TD증권의 마트 멜렉 상품 전략가는 “금값이 1000달러 내외까지 밀리는 상황을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금값의 상승 또는 하락 전망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금 시장도 존재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피해 금을 찾는 경우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실제로 금을 인출해 가시는 분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에서 금을 실물로 찾아갈 경우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하지만, 금 순도를 믿을 수 있는만큼 장기 투자용 또는 증여용으로 선호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실명제법이 강화되면서 현찰 또는 금을 찾는 경우도 부쩍 늘어났다. 5만원권의 회수율은 최근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시점과 금융실명제법 시행 일정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서울 종로의 A귀금속 전문점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골드바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일선 PB센터에서 원금을 보장하면서 은행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채권형 펀드나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주로 찾고, 남은 투자액은 현찰이나 골드바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의 PB센터장은 “초저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의 여유자산은 금 등 현물 투자로 이어질 것”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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