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을 무력으로 점거하고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권력분점 등 9개 사항에 합의하면서 ‘정권교체 없는 쿠데타’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후티가 정권교체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종파분열로 인한 갈등 우려와 국제사회 여론에 하디 대통령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디 대통령은 후티가 다른 원내 정파와 마찬가지로 의회와 정부, 군부 요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라는 등의 정치적 권한 강화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21일(현지시간) 현지 국영통신 Saba가 전했다.

무력행사 이틀 만에 하디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내고, 정권의 전복 없이 요구안을 관철시켜 사태를 마무리지음으로써 쿠데타를 성공시킨 것이다.

▶정권 전복 없는 쿠데타, 왜?=후티가 이번 무력행사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국제사회 여론과 수니-시아파 간 종파분열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걸프 지역 6개 국가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 외무장관들은 이날 긴급성명에서 “사나에서 20일 일어난 일은 합법적인 정권에 맞선 쿠데타”라며 하디 정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예멘의 합법적 정부수반은 하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일 “하디 대통령을 합법적 정부수반으로 인정한다”며 “예멘의 모든 정파와 정치인은 국가의 안정과 안보를 위해 하디 대통령과 현 내각에 협조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특히 후티가 자국 내 경쟁세력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상대하려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은 예멘에 경제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어 하디 대통령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또한 후티는 북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수니파가 다수인 중부와 남부 지역까지는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남부 수니파들은 후티에 적대적이다. 하지만 하디 대통령은 남부 출신 수니파로 그가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후티의 궁극적 목표는=후티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자치권 확대와 정치적 영향력 강화이다. 20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디 정부가 신헌법 제정을 통해 예멘을 북부 4곳, 남부 2곳 등 6개 자치구 연방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후티가 이에 반발하면서 자치권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연방제 안은 지난해 1월 끝난 범국민대화협의회(NDC)에서 합의된 것으로, 후티는 자신의 세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강력 반발했고 대신 남북 연방제 시행을 주장해 왔다.

때문에 후티는 이번 무력행사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목적으로 의회와 정부, 군부 요직에 후티 측 인사가 기용될 수 있는 공식 권한을 부여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연방제 시행과 관련한 신헌법 초안 내용도 수정하기로 했다. 다만 모든 정파의 합의를 전제로 했다.

요구안이 수용되는 대신 후티는 대통령궁과 사저, 총리 공관 등 점령 시설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17일 납치한 아흐메드 아와드 빈무함마드 대통령실장을 석방키로 했다. 또 사나 시내 곳곳에 설치한 자체 검문소도 없애기로 합의했다.

▶예멘의 미래는?=후티가 정권을 장악하고 예멘 통합을 위해 중남부를 차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종파분열의 심화와 내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FT는 후티가 권력을 강화하고 하디 정권을 약화시키면서 수니파와의 전쟁에 대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멘 중남부는 자원이 풍부해 이권 확보를 위한 후티의 진출이 예상되고, 이 지역 AQAP와 수니파 반정부 세력의 저항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후티는 시아파 조직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후티는 이란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란 내 조직들은 물론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최근 연대를 강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FT는 후티의 이번 무력행사에 하디 대통령의 전임자로, 34년 철권통치를 이어오다 2012년 ‘아랍의 봄’으로 축출됐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하며 그의 복귀를 점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