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서울 북촌에 자리잡은 메리츠자산운용엔 없는 게 두 가지있다. 주차장에 검은색 대형 세단이 없다. 직원이건 임원이건 예외 없이 이동할 땐 택시나 대중교통이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수익을 내는 회사에겐 사치란 이유다. 다른 하나는 초조함이다. 수익률이 좋건 떨어졌건 운용역들의 표정은 한결 같다. 지난해 9월 중순 국내 시장이 급락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하락했을 때 마음 고생 좀 했겠단 물음에 존 리<사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사고 싶은 주식 싸게 더 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대답했다.

존 리 대표는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는지부터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주식을 도박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주식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겁니다. 어떻게 매일매일 맞힙니까. 반면 주식투자를 그 회사와 장기적으로 동업을 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해보세요. 10년, 20년 내다보고 주식하는 사람에게 단기적으로 출렁이는 건 전혀 관심이 없죠.”

존 리 대표가 말하는 동업자적 장기투자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우수한 종목을 고르는 안목이 뒷받침돼야 한다. 존 리 대표는 밸류에이션, 해당 기업만의 경쟁력과 진입장벽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수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가장 강조했다. 감동이 있는 경영진, 주주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경영진이 있는지가 그에겐 중요하다. 반면 주주가치를 도외시하고 주주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경영을 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고 결국 주가도 떨어지게 된다고 존 리 대표는 설명했다.

중국의 등장은 존 리 대표에겐 흥분되는 투자 기회다. “국내 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중국 기업에 비해 크게 밀리죠. 앞으론 중국 때문에 단순 대량생산 기업, 장치산업 등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겁니다. 반면에 중국 덕분에 이익을 보는 회사가 있을 겁니다. 금융과 헬스케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죠. 거기에 브랜드네임까지 갖춘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 것이고 또 실제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중국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존 리 대표는 한국의 20년 전에 어떤 기업이 잘 됐는지 생각해 보라라고 말했다. 또 수시로 중국기업을 방문해 투자 유망 여부를 직접 판단한다. 그 결과 보험회사 등이 그의 시선에 포착됐다.

존 리 대표는 좋은 주식을 사는 것 못지 않게 미련없이 파는 것도 강조했다. 그에겐 세 가지 매도기준이 있다. 펀더멘털과 관련 없이 유행이나 테마를 타고 이상 급등한 경우다. 좀 더 오를 것 같은 욕심 때문에 더 보유하는 건 어리석은 판단이다. 두 번째는 생각을 잘못한 경우다. 손해를 보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팔아버린다. 대신 다른 기회를 찾는다. 주가가 떨어지는데도 묵혀두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존 리 대표는 “지고 있는 전투를 뭐하러 계속 합니까. 이길 수 있는 다른 데를 찾아야 전쟁에서 이기죠”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보유한 종목보다 더 좋은 주식을 발견했을 때 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판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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