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별 디자인관련학과 넘치지만…‘스타일링’ 위주 획일적 교육정책 한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8)군. 이 군은 패션디자인 관련 대학에 진학해 최고의 의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평소 옷이나 장신구 등에 관심이 많은 이 군은 단순히 멋지고 예쁜 옷을 입는 것을 넘어, 자신이 직접 옷을 만들어 사람들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이 군은 “이 세상에서 옷을 입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냐”며 “사람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아이템인 옷을 내가 꿈꾸는 대로 만들어 널리 알려진다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디자인은 창조적이기 때문에 멋진 일이라고 말하는 이 군은 한글문양의 패션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이상봉 씨를 예로 들며 “단순한 글귀와 문양이 아닌 옷의 한 부분으로 한글을 재창조한 이상봉 선생님처럼,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상상하지 못한 것을 창조하는 디자인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관련 학과들도 봇물처럼 생기고 있다.

지난해 성균관대 디자인학과의 편입학 경쟁률은 무려 10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및 전문, 산업대학 디자인 관련 학과 개설 수가 현재 962개에 달한다. 특목고, 마이스터고, 종합고 등 전체 전문계고등학교 691개교 중 디자인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운영 중인 고등학교는 164개교다.

지난해 디자인학과 총 졸업자 수는 3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양적으로는 디자인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에 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인학교나 유명한 디자이너를 꼽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정책으로는 디자인 핵심요소인 창의력을 기르기 힘들고, 대학에서도 스타일링(styling) 위주로 시각적 창의성만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디자인 교육에 일찌감치 눈을 뜬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플의 천재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졸업한 노섬브리아대학, 자동차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코벤트리대학,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영국 1위를 자랑하는 킹스턴대학 등이 있는 디자인 강국 영국은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디자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7~16세 아이들에게 디자인 교육을 의무화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을 위해 해마다 새로운 교재와 가이드라인을 개발한다.

프랑스는 5년 과정의 국립디자인학교를 운영한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은 국가가 운영하는 고등산업디자인학교와 고등장식예술학교, 고등응용예술, 조형표현학교 등에서 고급 디자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창의력 인재 육성에 역점을 둔 교육문화를 정착시켜야만 진정한 디자인 강국에 올라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영훈ㆍ서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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