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최근 부산사람들에게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를 꼽으라고 하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평가를 듣게된다. 과거 대부분이 부산대학교를 단독으로 꼽는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은 부경대학교를 함께 꼽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국립대로 부경대가 떠오른 것은 불과 10여년 전부터의 일이다.
부경대학교의 전신, 부산공업대는 국내 최초의 근대식 공업기술 교육기관이었다. 또다른 전신인 부산수산대는 1941년 부산고등수산학교로 출발해 박정희 정권 당시, 국민 먹거리를 바다에서 찾는 노력과 더불어 대한민국이 전세계 바다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감당해왔다. 특성화 대학의 효시라고 볼수 있던 두 대학이 통합 된것은 불과 13년전이다. 이처럼 부산에서 대학교육을 말하기 위해선 부경대를 빼놓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부경대 김영섭 총장이 쏟아놓을 이 시대 대학교육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부경대 대연캠퍼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성급해졌다.
“화두는 던져졌다. 지방대학을 살려야 한다. 전성기 지방대학의 부활 없인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김 총장과의 첫 대화는 무척 건조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현재 대학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는 위기감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정부의 지방대학 살리기 정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의 집중도와 효율화”라고 지목했다. 서울ㆍ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37개 지방 국립대학이 지방대학 살리기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사립대의 경우도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규정해 정책의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서도 안된다고 했다. 김 총장은 특히 “지난 정부에서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라며 추진한 구조조정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대학들과 같이 지방대학의 정원을 줄였던 것이 수도권 집중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의 정원조정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10년간 대학의 입학생과 졸업생을 관리해 그 수를 기준으로 정당하게 정원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일률적 정원 감축은 보고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지방대학 육성이 가능하려면 지속가능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김 총장은 강조했다. 과거 박정희 정권 당시 지방대학의 특성화 정책이 상당히 집중적으로 추진돼 현재까지도 그 맥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 특성화를 정부와 대학이 논의해 결정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총장은 “전ㆍ현 정부가 추진해온 누리사업과 교육역량강화 사업 등을 다시 봐야한다”고 밝혔다. 높은 차원의 대학 특성화를 디자인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국제특허가 나올 수 있는 수준 높은 연구개발(R&D) 사업을 특정 대학이 점유해서는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경대의 인재관은 문제해결형 인재, 글로벌형 인재, 융합형 인재이다. 이와관련, 김 총장은 “대학의 본연 의무인 교육을 강화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며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이 같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인으로 살아가야할 학생들에게 인류 전체의 문제, 기후 ,식량, 환경 등 글로벌 의식을 일깨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바탕위에 직업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문제해결 능력과 도전정신ㆍ열정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수한 교육환경과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그의 지상과제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은 맞춤식 교육과 자율형 교육을 지향한다. 그는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져야한다”며 “이를 통해 지식기반 인재 즉, 골든칼라를 만드는 시스템이 비로서 구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교육철학은 부경대 학생들의 활약상으로 증명되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3년 지역인재 견습직원 선발시험 합격자 명단에는 부경대 출신이 4명이 포함됐다. 지난해에 이어 부산에 배정된 인원 8명 중 4명을 부경대가 배출한 것이다. 또 국제수산협상 전문관, 국제옵서버 관리관이 국내에 4명 활동하는데 그중 2명이 부경대 출신이다. 법원행정고시 최연소 합격자, 전국에서 2명을 뽑는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한 사람도 부경대생이었다.
부경대 학생 중에는 등에 메고 있으면 건강을 체크해주는 배낭, 졸음운전을 막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이도 있다. 학부생이 제1저자로 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분실 강아지를 찾는 아이디어로 국제광고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이처럼 부경대 학생들의 사회진출 성과가 좋은 원인은 특화되고 전문화된 교육과정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부경대는 그동안 ‘대학생활의 이해’라든지 ‘21세기 리더십 강좌’ 같은 이색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감과 비전을 가지고, 지역을 넘어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고 했다.
또 맞춤형 전문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큰 폭으로 손질했다. 교양학점 취득 상한선을 설정해 최소 30학점 이상 42학점 이내로 제한하고 전공 최소 취득학점은 종전 75학점에서 90학점으로 상향 조정해 전공 심화학습을 유도했다. 우수한 교수가 있어야 우수한 학생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우수논문 지원제도와 자율창의학술연구 지원제도를 마련해 연구력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연구특임교수제도를 도입해 우수 인력이 퇴직 후 연구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 총장은 “재임기간 중 부경대가 가지고 있는 특성화분야를 더욱 강화해 대학 경쟁력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 지구환경, 에너지, 바이오, 나노, 기계, IT분야 등 부경대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더욱 강화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또 교육부가 신설을 승인한 과학기술융합 전문대학원을 비롯해 글로벌 수산대학원, FAO 세계수산대학, 해양로봇거점센터 등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해줄 플랫폼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김 총장의 전공은 지구물리학이다. 대류나 맨틀의 이동과 같은 지구물리현상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부경대를 졸업한 그는 1992년 일본동경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군산대에서 교직을 시작해 1992년 부경대로 자리를 옮긴 그는 교무처장, 대한원격탐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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